헌재의 시간…국힘 청구 권한쟁의 '민형배 탈당' 쟁점
“탈당 통한 법안 처리, 헌법 49조 다수결 원칙 위배”
“안건조정위, 17분 만에 법안 처리… 속기록 살펴봐야”
2022-05-06 06:00:00 2022-05-06 0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오는 9월 검찰 수사권한을 축소하는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검찰과 국민의힘이 ‘마지막 카드’로 내세운 헌법재판소 판단에 주목된다.
 
검찰은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법률 개정안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검찰과 달리 절차의 위법성을 따져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법안 본회의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권한쟁의심판(본안사건)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 다툼이 생긴 경우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기는 제도다.
 
이에 대한 헌재 심리는 이미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까지 감행한 입법 절차를 문제 삼았다. 여야 각각 3명씩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민 의원이 탈당(무소속)해 야당 몫으로 참여하면서 4 대 2 구도가 만들어져 법안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는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켜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국회법을 위반, 법안의 효력 자체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헌법 정신 반하지만 위헌은 아냐”

법조계와 학계에선 민 의원 탈당을 통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은 헌법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위헌 소지와 법안 효력의 무효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선 견해가 갈린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민 의원이) 추후 복당을 하든 안 하든 (탈당으로 입법) 절차를 방해한 부분은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탈당을 통한 입법 강행이) 사실상 편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민 의원 탈당)이 국회법 위반이라고 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
 
민 의원 탈당을 통한 입법 강행은 헌법 49조가 규정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49조에 따르면) 정족수 3분의 2 이상 찬성 시 의결하도록 규정하는데, (민 의원 탈당으로 인해) 정족수에 하자가 생겼다”며 “구성상 (정족수)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의 안건조정위 의결은 무효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정족수 구성에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표결 처리된 법안은 의결의 효력이 없다는 시각이다.
 
차 교수는 “그런 상황(탈당 등을 통한 구성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재적위원 6명 중 4명이 찬성해 안건을 의결 처리, 강행한 것은 헌법 4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서 어떤 안건 가결됐는지 특정 안 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민 의원의) 복당 여부와 관계없이 법안 처리 절차를 훼손했다는 면에서 이는 헌법 정신을 거스른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소수 정파의 권리 권한을 부정한 것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것과 위헌이라는 것은 다른 의미”라며 “탈당 행위 자체로 절차가 잘못됐다고 해서 반드시 법안이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 위반을 명백한 중대한 하자라고 이르기까지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절차 위반 중 하자가 있다고 살펴볼 만한 부분은 국회 법사위 소위부터 전체회의까지 개정안을 의결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안건이 가결됐는지 특정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원안 자체가 확정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아직은 그 부분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건조정위에서도 법안이 17분 만에 처리됐는데 그 17분 동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이 과정에서 안건에 관한 소수 정파의 발언 기회가 있었는지, 원안에 대한 심사는 이뤄졌는지 등 속기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법안을 처리하기 전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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