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와 인천에서 승패를 좌우할 변수로 '제3의 후보'가 떠올랐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을 벌이면서 강용석 무소속 후보의 향배가 중요해졌다. 현직인 박남춘 민주당 후보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수성과 탈환의 싸움을 벌이는 인천시장 선거는 이정미 정의당 후보가 변수다.
김은혜 후보는 19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강용석 후보와의 단일화에 관한 질문에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결정을 저 혼자 할 수 없다"며 "무거운 자리인 만큼 당원과 국민의 뜻을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김 후보의 답변은 단일화 자체에 선을 긋는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는 결이 다르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 후보에 대한 김은혜 후보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했다. 김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지난 16일까지도 "당원과 국민 목소리를 들어야지, 저의 유리함을 타진하기 위해 (단일화를)생각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불과 사흘 뒤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강 후보는 제가 존경하는 후보”라며 “민주당의 경기도에 대한 폭정을 반복하게 하느냐에 대해서 저와 똑같이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라고 동질감을 내세웠다.
김 후보가 내심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선거가 한 치 앞을 모를 초접전으로 흐르고 있어 한 표 한 표가 궁해졌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16~17일 이틀간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율에서 김은혜 후보 43.8% 대 김동연 후보 43.2%였다. 강 후보의 지지율은 5.5%로 나왔다. 김은혜 후보가 강 후보와 단일화를 했을 때는 김은혜 46.5% 대 김동연 40.6%로 변했다. 김은혜 후보의 지지율은 올랐지만, 김동연 후보는 떨어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김은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 강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다양한 목소리 중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며 “결국 후보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강 후보는 단일화에 적극적이다. 강 후보 측은 “저희가 요청한 단일화 조건을 수용한다면 언제든 만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은혜-강용석 단일화의 가능성을 지극히 낮게 바라봤다. 강 후보는 이준석 대표에게 성상납,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했고, 둘의 관계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틀어졌다. 또 강 후보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은혜랑 싸우지 말고 김동연이랑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윤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라고 맹공했다. 윤 대통령은 강 후보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강 후보는 통화기록이 남아 있다고 반박,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강 후보를 곱게 바라보기 어렵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역에서 정의당 이정미 인천시장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시장 자리를 놓고 벌어진 박남춘 후보와 유정복 후보의 리턴 매치에선 이정미 후보가 변수다.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4~15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남춘 30.4% 대 유정복 37.5%였다. 이정미 정의당 후보는 5.3%였다. 단순 합계를 할 경우 박 후보로서는 이 후보의 표를 얻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치권에사도 박 후보가 자력으로는 유 후보를 앞지르긴 어려울 수 있으나 5%대 지지율을 얻는 이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판세를 초접전으로 끌고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박 후보는 단일화에 열린 입장이다. 박 후보는 지난 17일 KBS 라디오에서 “지난 대선에서 우리 시민들이 주신 따끔한 회초리, 이것에 관해 깊이 생각하면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박 후보의 단일화 요구가 반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민주당이 선거마다 이해관계를 위해 단일화를 요구했다는 것. 이 후보 측은 “이 후보는 완주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양당 정치를 깨부술 만큼의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데 왜 완주하냐고 하지만, (이같은 공세에)휘말리지 않고 꿋꿋히 임할 것”이라고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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