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25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구속되면서 이번 수사 범위가 펀드 최대 판매사인 기업은행의 전·현직 임원부터 정·재계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권기만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장 대표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염려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 장하원 대표가 설립한 사모 운용사로 2017년 4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해 펀드 운용을 해온 곳이다.
2017년부터 2019년 4월까지 IBK기업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디스커버리 펀드 최대 규모 판매사인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어치 팔았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 DLI가 해당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자산이 동결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 중단됐다.
DLI 사모사채를 사들여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9년 4월 DLI가 현지 당국의 자산 동결 제재를 받으면서 환매가 중단됐고, 이로 인해 지난해 4월 말 기준 환매 중단으로 상환하지 못한 총 금액은 2562억원에 달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펀드 부실화를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상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장 대표를 출국 금지하고 은행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수사 과정에서 장 대표의 친형 장하성 주중대사도 60억원 가량을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이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모두 디스커버리펀드 투자로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달 9일 장 대표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윗선 개입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기 위해 영장을 신청했다”며 “(이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날 경찰은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을 소환 조사했다. 김 전 행장은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하던 때 행장을 지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은행도 수세에 몰렸다. 국책은행이 나서서 디스커버리와 같은 신생 운용사 펀드를 대규모 판매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의도 저승사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부활하고 최근에는 ‘검찰 특수통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양 기관의 공조 하에 디스커버리를 비롯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2019년 4월 25일 환매 중단된 이후 4년 가까이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수십년간 기업은행을 믿고 거래해왔는데 치명적인 피해를 안긴 장 대표와 기업은행의 김도진, 윤종원 등 전·현직 행장과 임직원이 너무나 야속하고 원망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손해가 온전하게 회복되려면 장하원 대표 또는 기업은행이 사기 또는 사기적 부정거래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숨김없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범법자들은 반드시 처벌 되도록 엄정하게 처리해 주기 바란다. 이제 피해자들이 호소하고 기댈 곳은 사법기관 뿐”이라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장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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