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경영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해야"
경총, 노동계 문제 제기 쟁점 검토 보고서 발표
2022-06-13 12:00:00 2022-06-13 15:05:4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2023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핵심 쟁점인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 경영계는 올해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3일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쟁점 검토'란 보고서에서 올해 업종별 구분 적용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해 노동계가 공식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쟁점을 검토했다.
 
우선 보고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불필요하고, 노동 시장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란 노동계 주장에 대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선진국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최저임금의 일률적 결정으로 인해 특정 업종에서 발생하는 최저임금 수용성의 현저한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꼭 필요하며, 낙인 효과와 같은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1.6%로 같은 기간 산업 경쟁국인 G7 국가와 비교해 가장 빠르게 올랐고, 이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2021년 최저임금인 8720원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321만명에 도달하는 등 노동 시장 일부 업종에서 최저임금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의 지급 능력과 생산성 등은 업종별로 현저한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하면서 업종 간 최저임금 미만 비율 격차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기준 숙박·음식업 미만 비율은 40.2%인 것과 비교해 통신업은 1.9%에 불과해 두 업종 간 미만 비율 격차가 38.3%포인트에 달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숙박·음식점업, 이미 평균 임금 낮은 업종으로 인식"
 
보고서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낙인 효과에 대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해도 기존에 없던 낙인 효과가 새롭게 야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농림어업, 숙박·음식점업과 같이 최저임금 미만율이 과도하게 높은 일부 업종은 이미 노동 시장 내에서 평균 임금 수준 자체가 낮은 업종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구분 적용이 이들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새로이 낙인찍을 것이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보고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헌법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한다고 해서 '근로자 임금의 최저 수준 보장'이란 최저임금제도의 취지가 훼손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이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판결문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한 제도"란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2021년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약 182만원(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으로 전체 비혼 단신 근로자의 실태생계비 중윗값(약 197만원)에 근접한 것을 고려할 때 업종별 구분 적용으로 근로자의 생계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노동계 주장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제도가 정착된 국가는 총 30개국이며, 이 중 13개국이 업종, 지역, 연령 등 기준에 따라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지난 2019년 2월 "업종이나 지역, 근로자의 숙련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한 이 사건 최저임금 고시 부분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가장 적절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경우 영국이 연령별로, 일본이 지역별·산업별로, 호주가 연령별·업종별·숙련도별로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향후 다양한 방식의 이해관계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최저임금위 심의 사항"…사문화 주장도 반박
 
아울러 보고서는 업종별 구분 적용은 이미 30여년간 시행되지 않아 사문화된 조항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부터 그 필요성이 인정돼 온 명백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사항"이라며 "과거에는 시행의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에 구분 적용의 필요성이 커진 후에는 노동계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합리적 기준을 설정할 수 없어 지금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업종부터 구분 적용을 시행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맞받았다. 
 
양근원 경총 경제조사본부 임금HR정책팀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률적 적용으로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경쟁국과 비교해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그 과정에서 이러한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나타났다"며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정도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더 이상 업종별 구분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53.7%가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합리적인 구분 기준은 업종별(66.5%), 직무별(47.2%), 규모별(28.9%), 연령별(11.8%), 지역별(7.5%)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3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사 간 이견 확인…4차 전원회의서 논의 이어가기로
 
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예년과 같이 시급으로 정하고, 월 환산액을 병기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은 그동안 시급으로 결정하고, 월급이 병기돼 왔다.
 
다만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만 확인하고, 오는 16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 자리에서 "OECD 회원국 중 13개국이 이미 최저임금을 연령이나 지역,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허용된 업종별 구분 적용부터라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인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오랜 기간 반복되는 논의 끝에 이미 결론이 난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그만하고,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적정 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하자"고 밝혔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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