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른바 ‘국회 패싱 방지법’이 논란 속에 발의된 가운데, '거대 야당의 독주'로 민생 법안들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의원 13명과 함께 14일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및 총리령·부령(시행규칙)에 대한 수정 또는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행정기관의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 의원은 개정이유에 대해 “국회는 입법권을 가진 헌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령과 총리령은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원회의 통보로 단순히 처리 의견을 권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없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법조계는 발의된 국회법 개정안 자체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지만 민생경제 차원에서의 우려를 표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개정안의 내용 자체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거나 헌법 107조(‘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 규정) 등을 침해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개정안에 ‘국회법 98조 4항부터 8항까지를 각각 삭제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회의 의결 과정을 생략하고, 상임위가 행정기관에 수정하라고 요청한대로 법률안을 사실상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돼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상임위가 (행정부 측에) 법률 취지에 반한다는 등의 지적은 할 수 있지만 어떤 내용으로 수정할 것이냐는 행정부에 재량이 있다”며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재량마저도 축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조세 등 각종 민생 경제정책에 관한 시행령을 시급하게 처리하는데 있어 상임위가 일일이 발목잡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비슷한 개정안이 발의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5년에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기관 제출 법률안에 대한) 수정·변경 요청 수준이라 국회법 개정안 자체에는 위헌성이 없어 보이지만 박근혜 정부 때 했던 논쟁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지금도 소관 상임위는 행정입법에 대한 검토결과 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본회의를 거쳐 소관부서에 전달하고 소관부서는 이에 대해 처리결과를 보고하게 돼 있어 현행 국회법으로도 행정입법을 통제할 수 있는데 굳이 개정안을 통해 (민주당이) 어떤 이득을 취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처음부터 법률을 만들 때 제대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서 만들었다면 행정부에서 시행령 등을 활용할 여지도 줄었을텐데 ‘검수완박법’ 사례처럼 (국회에서 개정안을) 허술하게 만들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행정입법에 위임하게 되니 국회는 종이호랑이가 되고 실권은 행정 관료들이 장악하는 불가역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검수완박’을 완성하기 위함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 당론 채택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법무부 산하에 인사검증단을 신설한 것이 이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발단이라고 맞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찌감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시행령에 대해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시행령 내용이 법률 취지에 반한다면 법률을 구체화한다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을 무효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은 ‘검수완박 완성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검수완박 악법에 의하면 검찰 수사권은 경제·부패범죄로 한정돼 있는데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범위가 포괄적으로 규정될수록 민주당 방탄조끼는 얇아진다”고 비판했다.
현재 법무부는 오는 9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등 하위 법령 개정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령과 법무부령은 국회 동의 없이도 고칠 수 있다. 또 이날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를 늘리고, 형사부의 명칭을 전문수사 부서로 되돌리는 직제개편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두고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최대한 늘려 수사권을 유지함으로써 ‘검찰 수사권 분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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