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Sapphire Rapids)' 램프업(본격 생산) 일정을 미루자 메모리업체들의 양산 일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해당 신제품의 출시 시기에 맞춰 메모리 출하량을 조정하려던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의 차세대 D램 'DDR5' 양산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감돈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인텔이 지난해 공개한 3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아이스레이크'의 후속 제품으로 고성능컴퓨팅(HPC) 및 인공지능(AI) 워크로드에 최적화시켰으며 기존 세대 대비 30배 향상된 AI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DDR5를 지원한다는 부분이 시장의 기대를 받아왔다. DDR5는 현재 PC와 노트북, 서버 등에 널리 쓰이는 DDR4를 대체할 차세대 규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래피즈의 양산을 또다시 미뤘다. 해당 제품은 당초 지난해 3분기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산드라 리베라 인텔의 데이터센터 및 AI그룹 총괄 관리자도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주최한 '2022 글로벌 테크놀로지 컨퍼런스'를 통해 대량 생산 시기가 늦어졌으며 플랫폼과 제품 검증을 위해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차세대 D램 'DDR5'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업체들은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의 출시 시점을 바탕으로 DDR5의 양산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DDR5의 주력 거래처로는 서버업체가 꼽힌다. 서버업체들이 인텔의 새로운 CPU와 이들 메모리업체의 DDR5를 결합해 서버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세계 최대 서버업체 퀀타는 구글, 아마존, 메타(구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DDR5는 DDR4와 달리 전력관리 반도체(PMIC)를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 기판에 직접 탑재해 모듈 차원에서 30%의 전력 효율을 이루는 등 전력 공급 안정성을 향상해 서버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서버용 신제품 CPU가 출시돼야 DDR5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AMD의 서버용 CPU가 3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으나 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의 올해 1분기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은 88.4%에 달했으나 AMD는 11.6%에 그쳤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텔의 차세대 CPU 출시가 기술적인 문제로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부가 D램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CPU 출시가 늦어지니까 더 고성능 서버를 사기 위해서 구매를 미루고 있어 시장 수요가 둔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대량생산 시점이 앞당겨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는 하이코어(High-core) CPU 전환 확대에 따른 서버 수요 강세와 신제품 출시에 따른 모바일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며 차세대 인터페이스 판매를 확대해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높여 시장 리더십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DDR5를 지원하는 CPU 출시로 하반기에 고사양 서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사파이어레피즈'와 'DDR5' 둘 중에 하나라도 양산이 안된다면 의미가 없다"며 "양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PMIC나 수동 소자 등 기타 부가적인 반도체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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