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에서 급성장 중인 하이브리드차(HEV)가 유럽에서는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미 탄소 배출 문제로 친환경차에서 제외되고 있다.
4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지난 △2019년 10만4101대 △2020년 17만3366대 △2021년 24만31대 △2022년(5월)11만3486대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를 일종의 '징검다리'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기차를 구입하기에는 아직 국내 충전소 부족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꼽히고 있어 하이브리드차 구입이 현실적인 타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 한 전기차에 부착된 저공해차 스티커. (사진=뉴시스)
하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보조금 등을 줄이고 순수 전기차 위주로 지원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데, 실제 운행과정에서 배출하는 가스가 그간 알려진 것보다 더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 친환경차의 주요 수출지역으로 이에 대비해 현지 동향을 보다 확실히 살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EU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지난해 기준 30.7%에 달한다. 자동차 10대 가운데 3대가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라는 이야기다.
다만 친환경차 가운데서도 하이브리드가 70%를 훌쩍 넘기며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하이브리드가 실제 알려진 것보다 탄소저감 효과가 적다고 판단해 보조금이나 정책지원을 줄이기로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가 정한 탄소감축 입법안에 따르면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이 들어간 모든 차량의 신차 판매가 금지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도 포함된다. 대신 배터리만으로 가는 순수전기차나 수소차는 재정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하이브리드나 LPG 차량 같은 경우도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친환경차 분류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또는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에서 제외 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반도체 공급난 등의 여파로 전기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만 집중하면 충전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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