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신바람 불까①)'베드타운' 틀 못깨면 '올드타운' 못 면해
준공 후 30년…아파트 20만 세대 재건축 사업 대상
2000년 기준 분당 인구 15%, 중동·산본 30% 감소
노후된 생활기반에 자족도시 기능도 부족도 심각
2022-07-11 06:00:00 2022-07-11 06:00:0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2022년 수도권 지역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30년 가까이 된 아파트 20만 세대가 한꺼번에 재개발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특별법 제정을 공약한 데 이어, 김동연 경기 도지사도 민선 8기 주요 정책과제로 내걸고 있어 '1기 신도시 재개발' 실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베드타운·올드타운'으로 쇠락한 도시가 이름에 걸맞는 신도시로 재탄생할 지 주목된다.(편집자 주)
 
1기 신도시는 1980년대 후반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응한 주택건설정책에 따라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조성됐다. 신도시 개발과 때를 맞춰 지어진 대부분 아파트가 준공 후 30년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가, 서울 주택가격을 잡는다는 중앙정부 목표에 민선 8기를 시작한 경기 역시 사실상 화답하면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기 신도시 인구변화 표. (자료=경기연구원)
 
1기 신도시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건축물 노후화와 함께 인구감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1995년 대비 2019년 1기 신도시 인구 변화 추이를 보면, 분당과 일산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중동·산본·평촌은 감소했다. 이 지역 인구 정점인 2000년과 2005년을 기준으로 봐도 분당과 평촌은 15% 가량 감소했고, 중동과 산본은 30% 넘게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과 기반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청년층이 대량으로 빠져나가면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고, 자녀 분가 등의 가구 분할까지 겹쳐 인구 감소를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반시설 노후화도 문제다. 생활 상하수시설 배관이 부식되거나 층간소음, 주차난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1기 신도시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주거환경 만족도 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대 내 환경에 불만족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80.6%로 나타났다. 특히 층간소음 불만족(64.8%)과 단지 내 주차장 불만족(64.2%)에 대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1기 신도시 건설로 서울 인구 과밀 해소와 주택 가격 안정을 이룬 것은 나름의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판교와 함께 성장한 분당과 안양 공업지역과 맞닿아 있는 평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서울로 통근하는 시민들의 베드타운 내지 올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부정적 효과가 없지 않다.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은 찾아볼 수 없고, 기반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둔다면 1기 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올드타운'을 못 벗어날 거란 경고가 나온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에 대한 도시재생을 통해 자족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거주 중인 주민들의 노후화된 주택을 재건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경제활동이 강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체적인 도시 재개발의 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홍경구 단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1기 신도시 재개발은 단순히 현재 있는 아파트를 높게 짓는것 보다는 틀을 바꾸는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주거기능과 함께 업무 기능이 들어간 주거환경을 만드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지 위치 및 개요.(자료=경기연구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