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바닥을 치고 있다. 집권한 지 불과 두 달 만의 일이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7월에 들어서면서 발표된 한국갤럽·리얼미터·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모두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가 크게 나빠졌다.
7월 8일 발표된 한국갤럽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고(7월 5~7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표본오차 : ±3.1%p, 신뢰수준 : 9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9%로 나왔다.
7월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였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에 달했다(7월 4~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5명 대상, 표본 오차 : ±2.0%p, 신뢰수준 : 95%). 같은 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4.5%에 불과했고, 부정 평가율은 무려 60.8%에 달했다(7월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표본오차 : ±3.1%p, 신뢰수준 95%).
물론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정권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 전후의 과정을 보면,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선자 시절에 윤 대통령이 주력해서 한 일은 ‘집무실 이전’이었다. ‘설사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도대체 왜 이렇게 서두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무리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 처음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인사인데, 그동안 윤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부적격자들을 장관 후보자로 내세우는가 하면,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 검찰 출신 인사를 집어넣었다. ‘능력 위주’ 운운하지만, 대한민국에 능력 있는 사람이 어디 ‘검사’ 출신뿐인가. 검찰 중심의 인사는, 윤 대통령의 ‘준비 안 됨’과 ‘국정 비전의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권의 행태로 보면, 이런 위기 상황에 유능하게 대처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이전 정권에 대한 수사로 지지율을 유지하려는 얄팍한 계산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야당 역시 당권을 둘러싼 내부 투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메시지나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기후·식량 위기에 국내외의 긴장은 높아지고 코로나는 재유행을 하는데, 도대체 정치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런 ‘정치의 부재’로 인해 힘들어지는 것은 국민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들 스스로 ‘영웅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팬덤 정치’는 결국 ‘영웅에 대한 기대’와 ‘악마화 된 상대방에 대한 증오’라는 두 가지 축에 기대고 있다. 특히 영웅적인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어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은 늘 배신당해 왔다. 역대 정권은 집권 당시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패의 길을 향해 나아갔다.
물론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했던 정권의 실패를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정치인들은 그런 지지자들의 미련을 이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폭등한 부동산가격 하나만 보더라도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집권 초반부터 ‘검찰 공화국’에 인사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실패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반성과 성찰을 거부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한국 정치의 희망은 주권자인 국민들로부터 나온다. 특히 진영논리를 부추기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주권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영웅신화’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정치를 유지하는 잘못된 시스템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거대양당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만 하면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악순환적인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 87년이후 한 줄도 바꾸지 못하고 있는 헌법의 개혁, 대통령 중심의 권력구조를 보다 분권적인 권력구조로 바꾸는 개혁, 지역정당을 인정하고 지방분권과 풀뿌리 자치권을 보장하는 개혁 등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합리적인 정치’를 바라는 세력과 사람들이라면, 이런 정치 시스템 개혁에 힘을 모을 때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주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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