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로 민·당·정 토론회를 열었다.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 후 처음 주도한 공부모임에 40명 이상의 당 현역 의원들이 참석했고, 당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로 자리를 비운 이준석 대표의 부재에 안 의원이 당내 지지기반 넓히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불리기를 통해 차기 당권을 조준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의 대응 방향'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토론회는 안 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만든 윤석열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민간 전문가·의원·관료가 토론 후 입법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안 의원은 모임의 배경에 대해 "보통 정권 취임 100일 이내에 시작 못했던 일은 5년 내내 못한단 말 있다"며 "마찬가지로 8월 말이 윤석열정부의 출범 100일 정도 된다. 그때까지 우리가 여러 가지 국정 주요 어젠다 세팅을 해야만 한다. 8월말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이어 "인수위 시즌2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국민신뢰와 기대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유력 당권주자인 안 의원이 '인수위 시즌2'를 언급한 것은 '윤심' 구애와 더불어 당권에 대한 직접적인 의지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정책의원 총회아닌가"라고 말할 정도로 당내 중역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기현 전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와 정점식·배현진·이철규 의원을 비롯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축사에 정진석, 김기현, 권성동, 조수진, 배현진 등 대표적인 친윤계이자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의원들이 나선 것은 의미심장하다.
안 의원은 공부모임 등 스킨십으로 당내 면적 넓히기에 나서며 차기 당권의 지지기반을 마련한다. 10일 발표된 여론조사(PNR, 뉴데일리 의뢰)결과에 따르면 안 의원은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25.1%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도 차기 당권에 관심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당연히 (전당대회에)나설 것"이라며 차기 당권 행보 예고한 바 있다. 그는 "같이 하는 파트너의 최소 자격 요건이 '핵관' 아니겠는가"라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의 연대 가능성을 짚어냈다. 정치권에 의하면 당내에서 안철수-장제원 연대설은 파다하다. 다만 장제원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 대표와 달리 20대 인수위에서 비서실장을 역임한 장 의원 등 윤핵관, 친윤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는 안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당내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모임에 지나친 정치적인 해석은 경계했다. 그는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최근 전 세계적 경제 위기를 언급, "1997년 IMF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해법 찾고자 여러 가지 토론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가 침묵하는 사이 세를 결집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이 모임을 기획하고 발표한 게 윤리위에서 결정하기 훨씬 전"이라며 "이 많은 분들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전부터 모든 시리즈 기획해야한다. 훨씬 이전부터 준비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통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6개월 뒤 당대표 직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같은 날 TV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앞으로 지도 체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당원권이 정지된 순간 차기 당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당권 노리는 안 의원으로서는 당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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