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경제위기를 놓고 여야는 뚜렷한 대책 없이 ‘네탓 공방’만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책임을 돌린 반면, 민주당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윤석열정부가 경찰국 신설 등에만 몰두하며 민생을 내팽겨쳤다고 맞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국민의힘 기조에 발맞춰 문재인정부의 무능을 부각하고, 윤석열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두고 ‘부자감세’라고 비판한 대목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더해 소득주도성장, LH사태까지 총동원하는 등 문재인정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규정, 정부여당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종부세도 대폭 삭감했다. 2%의 국민이 중산층이고 서민인가”라고 따졌다. 최근 3고로 인해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소득층의 감세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냐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종부세의 기본 원칙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세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려고 하는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이 좋겠다”고 응수했다. 한 총리는 “주택 수요를 세금에 의해서만 줄여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봤을 때 과거 (정부의)정책 초점이 여러 주택을 가진 사람은 투기꾼이고 사회적 악을 퍼뜨리는 사람이라고 보는 데서 경제적인 시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반론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신 의원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이 경제 위기에도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혜택을 주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정부 경제정책대로라면 재벌과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는 소득과 자산을 늘릴 수 있는 퍼펙트한 환경이 조성된다”며 “국민의힘 강령에 박혀 있다는 약자와의 동행, 경제민주화는 사기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렸다.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 의원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신 의원 다음 질의자로 나선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신 의원이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약자와의 동행이 사기라고 한 것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탓’에 LH사태까지 재소환
“투기 때문에 처벌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정부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을 다시 언급하며 문재인정부 시절을 상기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여당이 꺼내든 카드는 LH 임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였다. 앞서 김현준 LH사장, 이정관 LH 부사장을 비롯한 6개 부서장 등 주요 간부가 지난달 24일 금요일 오후 경남 진주 본부 사무실을 비운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도부 기강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또 지난달 13~16일에는 제주도로 신생에너지 견학을 간 LH간부 3명이 일정 중 별도의 허가도 없이 골프를 쳤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LH 부동산 투기 때문에 처벌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기강해이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지 정말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LH사장이 문재인정부 시절 ‘알박기’한 김현준 사장이 아니냐”며 “일벌백계하라”고 거들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소성장, 탈원전 정책도 소환됐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으로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했고, 같은 당 한무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천문학적인 탈원전 비용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함에도 올리지 않았다”며 “지난 정권의 탈원전 고지서를 지금 국민이 고스란히 받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질문 내용을 문제 삼자 이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격 나선 민주당 “윤석열정부, 경찰국 신설에 몰두해 민생경제 뒷전”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몰두하면서 민생경제를 뒷전으로 두고 있다고 역공에 나섰다. 김한정 의원은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가 그렇게 시급하고 중대하냐”며 “국민들은 정부와 국회가 경제 문제에 집중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 정부는 경찰국이 없어서 경제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한 총리는 “과거에는 경찰 업무를 청와대 민정수석이 관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폐지됐고, 그래서 그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예를 들면 검찰청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법무부의 검찰국 같은 조직이 하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도 그 필요성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전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쿠데타’로 비유한 것에 대해서도 공방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어제 이상민 장관이 실언했다고 본다. 총리는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했는데 맞나”라고 되물었다. 한 총리는 “소위 경찰청장 대행인 차장의 ‘회의를 해산하라, 하지 말라’는 명령을 위반했다는 것은 상명하복 조직인 경찰로서는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며 “행안부 장관은 그러한 절실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당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두둔했다.
김 의원은 해당 발언을 철회하라며 “표현이 과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질의가 불가능할 정도의 고성이 오고갔다. 여당 측에서는 “경제분야의 질의를 하라”, “왜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냐”등과 같은 발언이 이어졌고, 야당에서는 “조용히 하라”, “떠들지 말고 들어라” 등과 같은 발언으로 맞섰다. 여야의 고성에 잠시 중단됐던 질의가 시작된 이후 한 총리는 “(이 장관의)표현이 좀 과하기는 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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