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욕하는 플랫폼을 통한 오늘의 비난의원 선출’ 등 최근 설화로 논란이 확산되자 “앞으로 신중하겠다”며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명계에서조차 "불필요한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바짝 자세를 낮췄다. 이 의원은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언론 탓'을 했지만, 이날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보도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로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의원은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입성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당에 의사를 표현할 통로가 없다. (당대표가 되면)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국회의원, 단체장, 당 지도부가 있으면 (그곳에서)비난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이번 주 가장 많은 항의 문자 받은 의원 등(의 집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당장 당권 경쟁자인 박용진, 강훈식 의원이 "강성 팬덤정치로 의원들 입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냐"며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했고, 친문계 등도 "개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했다. 소신파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조응천 의원은 "저로서는 영업사원 실적 막대그래프를 쳐다보는 것 같아 쫄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게 (이 의원이 말하는)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 길이냐”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커지자 이 의원은 2일 강원방송(G1)에서 진행된 제1차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강연 중 재밌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을 가볍게 치부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차 비판이 쏟아졌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조차 “(이 의원이) 좀 실수하신 것 같다”며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잘못하면 당원들이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 국회의원들한테 욕 좀 해라, 이런 사인으로 보여질 수 있어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충고했다. 친명계 내에서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인데 반명 전선만 깔아주는 쓸데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이날 해명에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다 쓰는 실수를 범했다. 자칫 친문계의 반이재명 정서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내가 월급을 주고 내가 권한을 준 대리인, 일꾼인데 대통령에게 욕도 못 하냐'는 말이 있다”며 “욕을 권장한 게 아니라 비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을 해주신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어 “(제 뜻은)문자폭탄이 아닌 게시판도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라며 “비판도 받고 자유롭게 표현을 하면 문자폭탄이 줄어들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저도 지금 제 표현을 조심하고 있다”며 “언론의 지적이 일리가 있고, 또 재밌으라고 하는 그런 과장된 표현이 문제가 있어서 신중하도록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내가 아는 바로는 고학력, 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이 우리(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고 저학력, 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며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환경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이를 두고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31일 “선민의식이자 빈자를 향한 혐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언론이 자신의 발언 진의를 왜곡했다며, 다시금 언론을 겨냥한 비판성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대 대선에서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유권자 10명 중 6명이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안타깝지만 실제 현실은 이렇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맞섰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날 언론에 대해서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보도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로 입장을 정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극히 일부일 수 있지만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격성 보도들이 상당히 있다”며 “누군가가 주장하면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실일 경우 보도하는 게 맞다. 그게 대법원의 판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의 영향이 크고 피해가 발생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이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크스’ 우려에 대해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라며 검찰과 경경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경찰은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전당대회 직전인 이달 중순경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수사권을 가진 검찰, 경찰이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에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것은 가장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라고 질책했다. 경찰은 경찰국 신설에 집단반대하고 나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도 "국기 문란"의 질타를 받았다.
또 “국민의힘 고발에 따라 수사하는 것을 사법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다. 서글프기도 하다. 국민의힘과 검·경이 쓰는 공격적 언어를 당내에서 듣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최근 자신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박용진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신 수사받고 있으니까 리스크다’라고 말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이 점을 잘못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하라”며 “당신 고발당했더라, 국가기관으로부터 수사받더라 같은 걸 문제 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십수년간 먼지 털 듯 계속 털고 있는데 팩트도 없지 않나. 팩트를 지적하는 게 맞다”고 보탰다.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사당화 우려’에 대해선 “사당화는 불가능하다”며 “사당화 우려라는 말을 도대체 왜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단언적으로 말하는데 민주당은 이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공당”이라며 “불안감, 의구심 뭐 이런 것일 수도 있고 공격일 수도 있는데 민주당은 특히 공천과 관련해선 당원 50%, 국민 50% 경선을 거치는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열성, 그리고 실력과 실적을 가지고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라면, 이 확고한 시스템에 의해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이 점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으면 좋을 거 같다”고 강조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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