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기생충' 스틸컷)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지난 8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몰아친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여성 세 명이 침수된 방에 갇혀 숨진 가운데 2001년에도 신림동에서 동일한 익사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침수로 40대 여성 A씨와 여동생인 40대 여성 B씨, B씨의 10대 딸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특히 A씨는 발달장애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 당시 A씨는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해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에 착수했지만 이들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숨진 가족은 허벅지 높이로 차오른 물 때문에 반지하 현관문을 열 수 없게 됐고, 유일한 탈출구인 창문이 방범창이었던 탓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성인 남성 2명이 방범창을 뜯고 이들 가족을 구조하려 했지만 금방 물이 차오르면서 손을 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림동에서는 2001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01년 7월 관악구 신림10동 인근에서 지하주택이 침수 돼 거주자 3명이 숨지는 등 관악구에서만 9명이 사망하고 1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이 당시 이틀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수도권에서만 40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된 바 있다.
한편 신림동의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 누리꾼은 "기생충이 생각나는 상황"이라며 "참 여러모로 기분이 안 좋습니다"라는 반응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컷)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역시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신분을 상징하는 반지하를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반지하 거주민인 아버지 기택(송강호 분)과 장남 기우(최우식 분) 차녀 기정(박소담 분) 등은 작중 폭우로 반지하가 침수되자 물을 퍼나르며 힘겹게 삶을 이어간다.
이에 평론가들은 영화 ‘기생충’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이어갔다. 기생충에서 드러난 하층민들의 현실을 반지하를 매개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영화 ‘기생충’으로 반지하 주택이 주목받자 전국 반지하 거주 가구 실태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지난 2020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적으로 반지하 거주자는 3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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