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찬대·장경태 최고위원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8·28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에서 연이은 압승으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굳히기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친명계(친이재명) 최고위원 후보들과 시도당위원장 후보들의 ‘이재명 마케팅’ 또한 절정에 달했다. 비명계(비이재명) 최고위원 후보들은 "최고위원으로서 당대표를 견제하는 독자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우려스럽다"고 했고, 일부 의원들은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면, 박찬대·장경태·서영교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걸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박찬대·장경태 후보의 경우 지역 공약이나 일정표에 이재명 후보와 함께 있는 사진을 고정으로 올려놨다. 박찬대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과 대전·세종, 광주·전남 공약표에 이 후보와 나란히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일부 일정표와 제주·인천, 부산·울산·경남 ARS 투표를 알리는 표에도 이 후보와 함께 있는 사진이 게재됐다. 장경태 후보는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일정표에 자신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올렸지만,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올린 일정표에는 이 후보와 함께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두 후보 모두 경선 막바지로 갈수록 이 후보와 함께 있는 사진의 공개 빈도수를 점차 높여가는 모습이다.
(사진=서영교 최고위원 후보 페이스북 화면 캡처)
또 다른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서영교 후보는 박찬대·장경태 후보처럼 일정표에 이재명 후보와 함께 있는 모습의 사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이재명이 서영교를 응원합니다'(8월9일), '승리하는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과 함께 걷겠습니다'(8월16일)라는 문구와 함께 이 후보와 함께한 사진을 두 차례 올렸다. 전날에는 이 후보와 함께하는 광주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최고위원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3~5위(장경태 후보 11.48%, 서영교 후보 11.06%, 박찬대 후보 10.68% 순)에 포진, 당선권에 있지만 남은 경선 일정에서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막판 판세를 굳히기 위해 '이재명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최고위원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정청래 후보의 경우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지만 이 후보와 함께하는 사진은 보이질 않았다. 정 후보가 최고위원 누적 득표에서 28.82%를 얻어 여유있게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도움 없이 본인만의 힘으로 이번 경선을 치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임종성 경기도당위원장 후보와 김교흥 인천시당위원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일부 시도당위원장 후보들도 SNS를 통해 '이재명 마케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 나선 '친명계' 임종성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친문계'(친문재인계) 권칠승 후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 후보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 함께, 승리하는 민주당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8월6일)는 문구도 함께 게재했다.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 출마한 최회용 후보도 페이스북 주요 자리에 이재명 후보와 최강욱 의원의 사진을 올렸다. 이번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은 '친낙계'(친이낙연계) 현역 의원인 이병훈 후보와 '친명계' 최회용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앞서 '이재명 마케팅'이 가장 성행했던 곳은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이었다. 서은숙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와 마주 보고 있는 사진과 함께 '서은숙과 이재명을 선택해주십시오'라는 글이 적힌 게시물을 올렸다. 윤준호 후보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서에 이재명 후보와 손을 맞잡은 사진을 첨부하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신상해 후보 역시 공약과 함께 '당대표는 이재명, 부산시당위원장은 신상해'라는 문구를 통해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새로운 부산시당위원장으로는 서은숙 후보가 선출됐다. 이번에 신임 인천시당위원장으로 뽑힌 김교흥 의원도 경선 기간 이재명 의원실에서 이 후보와 함께 대화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존재감 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사진=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후보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과 시도당위원장 후보들이 SNS에 사진 올리는 방식의 '이재명 마케팅'은 특정 후보와 연계한 전당대회 선거운동 금지에 따라 더욱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의 공보물에 이재명 후보 사진과 이름이 실종됐던 것과는 대비된다. 심지어 이 후보의 안방인 성남에서도 김병관 분당갑 국회의원 후보와 배국환 성남시장 후보의 공보물에 이 후보와 관련된 사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친명계' 후보들의 잇단 '이재명 마케팅' 경쟁에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우려를 표했다. 윤영찬 후보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선을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쓰는 것은 좋은데 최고위원은 당대표와는 결이 다르다"며 "단일성 지도체제 하에서 당의 최고위원들은 독자적으로 당대표의 결정에 대해서 때로는 견제하고 때로는 바른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데 이재명 후보 덕에 당선된 최고위원들께서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송갑석 후보도 "최고위원이라고 한다면 본인의 정견과 포부를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게 기본적 자세인데 어떤 라인, 계파를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당의 지도부로 나서겠다는 인사들이 자신의 소신과 비전 대신 누구에 기대서 '팔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보는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참담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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