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까지 평화 달리기’, 제주서 첫 발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1만1천㎞ 400일 대장정 시작
'특별후원' 자처 오영훈 도지사 응원…해외동포도 동참
“교황의 판문점 기도로 70년 묵은 철조망 녹이겠다”
2022-08-23 06:00:00 2022-08-23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가 남북통일과 세계 평화를 외치며 로마까지 400일간 1만1000km를 달리는 평화 달리기가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강명구평화달리기추진위원회는 22일 4·3 평화공원 참배로 첫 평화 달리기를 시작해 제주도 관덕정에서 제주출정식을 갖고 한 달간의 한라에서 백두까지 국내일정을 시작했다.
 
강 씨는 출정식에 앞서 지난 21일엔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에서 평화기원제를 지내며 무사 완주와 함께 이번 평화 달리기의 최종 목표인 교황 판문점 초대를 외쳤다.
 
이날 점심엔 이번 평화 달리기 특별후원을 자처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오찬을 가졌다. 오 지사는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라는 취지에 공감하며 강 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 지사는 “제주에서 로마까지 1만1천 km를 달려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취지에 공감하고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 평화의 섬 제주도 도지사로서 고맙다”며 “저희들 또한 제주에서 평화를 더 키워나가는 역할을 하겠다 도전을 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평화의 섬 제주에서 이 대장정을 시작하게 돼서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응원에 힘입어 로마까지 가서 꼭 바티칸 교황 모시고 우리 질곡의 한 중심인 판문점에서 평화의 성탄 미사를 볼 수 있도록 꼭 하겠다. 제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같이 해 줄 걸 믿고 저는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답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2일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와 오찬을 갖고 제주에서 로마까지 1만1000km 강명구의 400일 평화 달리기를 응원했다. (사진=박용준기자)
 
강씨는 이날 오후 이뤄진 출정식에서 교황에 전하는 서한을 낭독했다. 앞서 유라시아 1만5000km 평화 달리기, 미대륙 5200km 평화 달리기 등으로 ‘평화 마라토너’로 활약한 강 씨는 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나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과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이번 평화 달리기에 나섰다.
 
강씨는 서한에 “병마가 저를 넘어뜨려 지금 제 몸이 온전치 않지만 이 길밖에 보이지 않아 나설 것을 결심했다”며 “시대의 흐름을 한 사람의 힘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한 줄 알지만 한 사람이 꿈꾸고 여러 사람이 그 꿈을 나누고 함께 행동하면 시대의 큰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내디디면, 그렇게 하루 종일 뛰고 한 달을 뛰고, 일 년을 뛰면, 그래도 안 되면 모든 걸 걸고 지구 끝까지도 달려갈 것”이라며 “교황 성하의 성스러운 간절한 기도와 따뜻한 위로와 격려 말씀이 가장 아픈 땅 판문점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면 우리들의 가슴이 다시 뜨거워져 70년 묵은 철조망도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시작한 평화 달리기는 포항, 울릉도, 독도, 부산, 양산, 청도, 대구, 칠곡, 김천, 광주, 순창, 임실, 전주, 익산, 논산, 계룡, 대전, 진천, 안성, 오산, 성남, 서울, 고양, 파주, 판문점으로 내달 22일까지 국내 일정이 계속된다. 10월1일부터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바티칸 교황청까지 19개 국가를 다니며 평화의 메시지를 나눈다.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는 15일 제주도 관덕정에서 '제주에서 로마까지 1만1000km 강명구의 400일 평화 달리기' 제주 출정식을 가졌다.(사진=박용준기자)
 
강 씨의 이번 평화 달리기에는 강 씨 혼자만이 아니라 구간구간마다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이 함께 달리며 의미를 더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임남희 씨는 “5년 전 헤이그에서 처음 평화 달리기를 같이 해 이번에도 얘기를 듣고 일정을 조정했다”며 “제가 프랑스 여권으로 북한에 갔던 것처럼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티칸에도 먼저 가 교황과 함께 평화 달리기를 맞이하겠다”고 응원했다.
 
일본에서 온 배은미 씨는 “제가 힘은 미력하지만 우리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민단과 재일조선동포들과 함께 말하고 싶어 제주도 일정만이라도 함께하려 한다”며 “일본에선 아직도 악랄하게 재일동포 차별이 계속되고 있어 조선학교 차별 철폐운동을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아직도 해방되지 않고 차별받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는 22일 제주 출정식을 갖고 로마까지 1만1000km 평화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진=박용준기자)
 
제주=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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