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수완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입법 무력화를 위한 두 번째 카드를 준비 중이다. 시행령을 개정해 검찰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늘리는데 이어 ‘수사-기소 분리’ 조항을 우회하는 예규를 만들어 수사검사가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내부 규칙(예규)은 대통령령과 달라서 입법예고나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 없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개정 검찰청법엔 수사 개시 검사의 기소권 행사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수사·기소 검사 분리 규정은 시행령에 따로 위임하지 않았다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또 검찰 내부에선 수사팀 비판자 역할을 하는 이른바 '레드팀' 검사를 별도로 배치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연일 이 문제를 두고 여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면충돌했다. 한 장관과 여당은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의 ‘의원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을 문제 삼았고, 야당은 한 장관이 법률의 입법취지를 거스르고 있다며 서로를 비난했다.
정권 교체 직전 무리하게 강행 추진된 검수완박법은 고발인 이의신청 배제부터 경찰 보완수사 요구 제한, 검찰이 쌓아온 수사역량 사장 우려 등 결코 적지 않은 보완 과제를 남겨둔 게 사실이다. 특히 전세사기, 주가 조작 등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력 약화는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기도 전 시행령과 예규 제정을 통해 입법안 무력화 카드를 꺼내든 법무부·검찰의 방식 역시 변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공직자범죄로 분류했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을 부패범죄로 집어넣은 것은 그 의도에 의심이 든다. 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역대 정권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돌파구카드로 쓰여왔다.
전 정권 적폐청산 또는 보복수사라는 명목 하에 검찰의 수사역량이 이곳에 집중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 장관과 검찰은 국민을 위한 수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민생범죄 수사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간 민생범죄 사건을 맡는 형사부 보다는 반부패부 등 인지사건 수사부서 위주로 힘을 실어준 검찰이 이제 와서 수사권과 경찰 보완수사·송치 요구권 등을 지키기 위해 명운을 걸고 있다는 점 역시 아이러니한 일이다.
검찰뿐 아니라 경찰 수뇌부도 마찬가지다. 검·경 모두 각자 조직을 위한 정보 수집과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인지수사에 힘을 쏟을 뿐, 민생범죄사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같은 기형적 형사사법 시스템 속 여야와 법무부 간 끝없는 소모전은 국민적 피로도만 높일 뿐이다.
검찰은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보복수사가 아닌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헌재의 판단을 먼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법무부도 추석을 앞둔 이 시점 검수완박 관련 합의안을 마련해 지금의 극한 대치를 매듭짓고, 민생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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