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오른쪽에서 두 번째) 전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 대문 주변에서 이재명(왼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신임 당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신임 당대표의 공식일정 첫날 기조는 통합 또 통합이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빚어졌던 계파 갈등을 끝내고 전열을 재정비해, 제1야당의 당력을 윤석열정부 견제와 민생 회복에 모으겠다는 의지였다. 77.77%의 득표율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을 휩쓸며 당의 주류를 교체한 것에 대한 자신감 차원으로도 해석됐다.
이 대표는 29일 오전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첫 최고위원 회의를 주재했다. 이후 국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장소는 달랐지만, 말하는 바는 '통합' 하나로 같았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은 통합하고 단결해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또 국민의 삶을 책임지라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신임 지도부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여야가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야 한다"며 여야 협치의 뜻을 담아 윤석열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어 "저는 윤석열정부와 윤 대통령께서 성공하길 바란다. 협력할 것은 철저하게 먼저 나서서라도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협하는 퇴행과 독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제1야당으로서의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재명(왼쪽) 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취임 첫 날부터 문 전 대통령을 찾은 것도 친문(친문재인)계와 그 지지층을 향해 통합의 메시지를 보낸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이 대표는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정청래, 고민정, 서영교, 박찬대, 장경태 의원 등과 양산을 찾았다. 박성준 대변인과 양산에 지역구를 둔 김두관 의원도 함께 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사저 바깥에 마중 나온 지지자들을 보면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이라며 "이 대표가 첫날 일정으로 양산을 찾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친명계 서영교 최고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우리가 다 친문인데, 나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저도 그렇다'고 말했다"고 전한 뒤 "그래서 오늘 문 전 대통령님 뵈러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간 친문 등 비명(비이재명)계로부터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계양을 셀프공천, 사법리스크 등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당헌 개정과 관련해서는 '개딸 정당 전락', '이재명 사당화' 우려도 더해졌다. 이는 전대 내내 '친명 대 비명' 충돌을 야기했다. 특히 비명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내세워 당 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친문, 그중에서도 운동권 86그룹을 타깃으로 공천학살이 진행될 것이란 우려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들은 다시 한 번 집단행동으로 세를 과시할 수 있다.
29일 국회 앞에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선출을 축하하며 전시한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유근윤 기자)
자신을 둘러싼 사당화 논란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전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실력에 따라 인재를 쓰고 역할을 부여하겠다. 역량 있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누구나 민주당의 확고한 공천시스템에 따라 기회를 가질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계파가 아닌 당원과 국민 속에서 성장해온 저를 여러분이 압도적으로 선출해 주신 이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의지에도 역대 당대표 최다 득표율(77.77%)에 친명계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을 독식하는 등 3김 시대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부가 꾸려진 만큼 사당화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있을 지명직 최고위원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 임명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보여줄 지가 중요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의 경우 지역과 청년 안배 등으로 통합의 행보를, 차기 총선 공천을 주도할 사무총장 임명에는 친청체제 기조를 예상하기도 했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른바 개딸과 양아들이라고 불리는 이재명 대표를 너무도 강하게 지지하시는 분들은 승리의 환호를 불렀지만, 40%도 안되는 권리당원 투표율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는가. 민주당의 거점인 호남의 저조한 온라인 투표율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겉으로는 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80%가량의 높은 득표율을 받은 만큼 자신감의 표현이지 않겠느냐"며 "현재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포용력을 보여주며 당을 완전히 '이재명의 당'으로 장악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야당과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야당을 포함해서 국회와 함께 일을 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늘 그런 말씀을 드렸다. 여야가 정쟁도 하지만 국익과 민생을 위해서는 하나가 돼야 된다"면서도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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