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시멘트값 인상에 반발하는 레미콘업체들이 내달 10일부터 조업 중단을 예고하고 나섰다. 원자재값 인상을 두고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의 줄다리기가 지속되면서 레미콘 공장 900여곳의 셧다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회의에서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을 시 내달 10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연합회에 속한 중소 레미콘 공장만 900여곳에 이른다.
이달 납품받은 시멘트에 대한 세금계산서가 내달 10일에 발행됨에 따라 계산서에 찍힌 시멘트값을 보고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앞서 일부 시멘트사는 이달 1일부터 시멘트값을 올리겠다고 레미콘 업체에 공문을 보냈다. 기존 시멘트값 대비 삼표시멘트는 11.7%, 성신양회는 13.5%, 한일시멘트는 15% 오른 가격을 통보했으며, 벌크시멘트 가격은 톤(t)당 9만원 초반에서 10만원 중반으로 뛰게 된다. 쌍용C&E 등 다른 시멘트 회사들도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 시도로, 올 상반기 시멘트값은 17~19% 인상된 바 있다. 한 해 두 차례나 시멘트값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7월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격을 5.1% 인상했다.
레미콘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연탄값 급등으로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면서 국내 시멘트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며 "앞으로도 가격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회사들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소 레미콘업체들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여 시멘트값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멘트사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결국 셧다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소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지난 2일 회의에 참석한 전원이 셧다운에 동의를 했다"면서 "원가 상승으로 모두가 힘든 가운데 고통 분담을 위해 시멘트사들은 가격 인상을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건설사로 이어지는 수요 체계에서 시멘트값 인상은 레미콘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원가 상승분을 만회하려면 레미콘업체들이 건설사로부터 레미콘값을 더 받아야 하지만 이는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다음달 셧다운이 현실화될 시 수많은 레미콘 공장이 문을 닫게 돼 건설현장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레미콘업계는 시멘트사와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두 업계의 협의에 따라 내달 셧다운이 취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한 달여 동안 시멘트사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무기한 파업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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