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른바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서비스가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먹통 되며 그야말로 일상이 멈춘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카카오톡 메신저뿐 아니라 택시, 송금·결제 등 이용자 중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일부 사용자는 카카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선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카카오 고의과실 입증과 실질적 손해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가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배상기준은 '카카오 약관'
하지만 배상의 기준이 ‘카카오 약관’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가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통합서비스 약관 ‘18조 손해배상 등’에 “회사는 회사의 과실로 인해 여러분(이용자)이 손해를 입게 될 경우 본 약관 및 법령에 따라 여러분의 손해를 배상하겠다”면서도 “다만 회사는 회사의 과실 없이 발생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카카오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규정한 범위는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의 상태에서 발생한 손해 △이용자의 귀책사유로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서비스에 접속 또는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손해 △제3자가 불법적으로 회사의 서버에 접속하거나 서버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제3자가 회사 서버에 대한 전송 또는 회사 서버로부터의 전송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제3자가 악성 프로그램을 전송 또는 유포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전송된 데이터의 생략, 누락, 파괴 등으로 발생한 손해, 명예훼손 등 제3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손해 등이다.
또 “회사는 법률상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간접 손해, 특별 손해, 결과적 손해, 징계적 손해, 및 징벌적 손해에 대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출처=카카오 통합서비스 약관)
법조계에서는 피해 이용자가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손해액을 모두 보상받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특히 카카오 측에서 보상안을 검토 중인 유료 이용자와 달리 무료 이용자는 자신의 손해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대체서비스 있다면 손해 성립 쉽지 않아"
IT법률 전문가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4가지 쟁점을 제시했다. △카카오에 법률상 배상 의무가 있는지 △유무료 이용 여부 △재산상 손해의 정도 △이용자로서 대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이다. 구 변호사는 “(대체 서비스가 전혀 없는) 독점 서비스 형태가 아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 서비스가 있다면 이용자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손해를 회피할 수 있다. 법리상 불편은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이용자들이 카카오가 아닌 다른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피해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기 때문에 손해를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에서도 이용자의 (서비스 대체를 통한 피해) 회피 가능성을 들어 손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메신저의 경우 카카오톡을 대체할 수 있는 네이버 라인·텔레그램 등이 있고, 택시·대리운전 서비스의 경우 카카오T를 대체할 수 있는 티맵 등이 있어 이용자가 이 같은 대체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으므로 실제 손해액을 모두 보상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판례, 기업 책임 인정사례 드물어"
윤제선 변호사(법무법인 '창천')도 “카카오 측 과실과 (이용자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하는데, 과거 사례(KT 통신 장애 사태 등)를 봤을 때 이용자 입장에선 크게 실효성 있는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KT에서 소액을 인정한 사례는 있으나, 법원에서 전향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회사 측에 있다고 인정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판결까지 5~6년 가량 굉장히 오랜 시간 걸릴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용자뿐 아니라 변호사 입장에서도 집단 소송으로 진행하기에 힘든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우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일법률')는 “카카오톡 외에도 다른 전달 수단이 많다 보니 이용자가 손해를 입증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영업자 등의 경우) ‘특별손해’를 청구할 수는 있는데 재판부에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 측의 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면 손해배상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IT법학연구소장인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서버에 의존한 부분이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서비스를 복구·재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주의의무 위반' 여부 쟁점
김 변호사는 “이런 부분에 대해 카카오 측의 주의 의무 위반을 입증할 수 있다면 특별 손해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 추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약관에) 특별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용자 데이터 등 유지·관리·보수에 대한 ‘주의 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과실이 인정된다면 카카오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인해 영업상 손해(특별손해)를 본 자영업자 등에 국한된 얘기다.
집단소송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받고자 하는 이용자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중단으로 통상 당연하게 발생하게 될 손해(통상손해)에 관한 내용과 액수를 입증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특별손해)는 카카오 측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멜론(카카오 유료 플랫폼) 등 유료서비스 이용자는 카카오 측 고의 과실 존부를 다투지 않고 배상받게 되겠지만, (무료 이용자가 손해 및 위자료를 청구하는 경우) 손해의 내용과 배상액의 크기에 대한 다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카카오그룹주 하루 새 2조 넘게 증발
카카오 먹통 사태는 17일 그룹주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카카오그룹주 시가총액은 하루 새 2조원 넘게 증발했다. 투자자들의 한숨이 짙어지는 가운데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선 법적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증권 분야 전문 한 변호사는 “(카카오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시하거나, 회계 부정 또는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등과 같은 시장 교란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서 이 사안의 경우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볼만한 사항은 아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답답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 집단소송’을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카카오는 투자자들의 항의에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의 매출 등 재무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우선적으로 서비스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멜론·웹툰 등 유료 이용자 피해 보상부터 자체 진행한 뒤, SK C&C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된 모습.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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