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수주호황을 맞은 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가 등락 여부와 상승폭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후판가 하락을 예상해 3분기 흑자 전환을 예상한 곳도 있지만, 조선업계는 비상 경영을 선언한 포스코의 공장 침수 여파가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미칠 영향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3대 조선사는 올해 수주 목표를 훌쩍 뛰어넘었거나 대부분 채웠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이날까지 184척 220억6000만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174억4000만 달러)의 126.5%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약 94억 달러 일감을 확보해 목표인 89억 달러 대비 약 106%를 채웠다. 2년 연속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연간 수주 목표 88억 달러의 84%을 채워, 2년 연속 목표 달성을 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 앞 선박. (사진=이범종 기자)
포항 제철소 침수 당시 우려됐던 ‘후판 대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조선 3사는 현재 조선소 안에 후판을 약 2개월치 쌓아놓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보통 조선소에 1.5개월 분량을 쌓아 두는데 2개월치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감이 많아서 갈 수록 후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제철도 있고 동국제강도 있고 중국, 일본도 있을 텐데, 만일 포스코에서 후판 생산을 원활하게 못 한다면 그만큼 다른 업체가 공급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후판을 포함한 전 제품 공급 정상화 시점을 연내로 본다. 지난달 3전기강판과 2전기강판 공장 복구를 마쳤고 이달 6일 1냉연 공장도 재가동했다. 포스코는 이달 3후판과 1선재, 다음달 2후판과 3·4선재, 12월 2열연과 2냉연, 2선재, 스테인리스 2냉연공장 등을 단계적으로 복구할 예정이다.
문제는 후판가 상승 여부다. 후판값은 지난 2020년 1톤(t)당 약 67만원에서 지난해 113만원대, 올해 상반기 120만원대로 뛰었다. 후판값 상승분은 조선사 충당금 설정으로 이어져, 지난해 1조원대 적자의 원인이 됐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한국조선해양(009540) 2651억원, 삼성중공업 2558억원, 대우조선해양 995억원이다.
이후 업계는 원자잿값 하락을 이유로 후판가 하락을 내다보기도 했다. 지난 7월 현대제철은 컨퍼런스콜에서 원료 가격 하락이 3분기 말 이후 원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조선해양도 후판가 하락을 3분기 흑자 전환 요인으로 점쳤다.
현재 원자잿값은 내려가는 추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월10일 1t당 144.37 달러였다가 이달 14일 96.49 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재 포스코 경영 방침은 밀마진(철강 판매가에서 주원료비를 뺀 값) 하락 방어다.
POSCO홀딩스(005490)는 지난 7월 수요 위축과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에 따른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지난달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포항 제철소 침수 역시 후판가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침수 피해 이후 철강사와 조선사 간 입장 차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태풍 피해 이전부터 과거 철광석 가격 상승분을 후판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하반기 가격 상승을 이어가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로 예정된 포스코홀딩스 컨퍼런스콜에서 관련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제 후판가가 상승할지는 아직 결정된건 없다”며 “실제 상승할 경우 조선소 실적에 분명 타격은 있을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각 조선소 흑자 전환이 원자재 가격의 추가 인상이 없을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또 인상된다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 조선소들의 주력 수주 선종인 LNG운반선 선가의 지속적인 상승”이라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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