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가계부채와 고금리 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후의 보루는 여론이다.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 성패 여부도 진술이 아닌 물증이 될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검찰의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에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감사 도중에 야당의 중앙당사 침탈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발언 도중 이 대표는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말을 잇지 못했고, 당사로 들어갈 때는 손으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1일 검찰의 대장동 의혹 재수사 관련해 여권에 특별검사 도입을 제안할 때만 해도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검찰이 대선자금으로 수사를 확대하자, 다음날 "운명적 상황에 처한 것으로 그래서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 데 이어 이날 눈물까지 보이며 대국민 호소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철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 요청대로 국민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인 상황이다. 26일 쿠키뉴스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가 제안한 '대장동 특검'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은 61.0%에 달한 반면 반대는 34.4%에 그쳤다. 대장동 의혹 조사방식 관련해서는 '검찰 조사보다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44.0%인 반면 '검찰조사만으로 충분하다'는 32.2%에 그쳤다. '특검과 검찰조사 병행해야 한다'는 17.4%였다. 검찰보다는 특검을 원하는 여론이다.
최근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이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국민 57.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39.3%로 18%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검찰의 이 대표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 52.7% 대 '동의하지 않는다' 38.6%로 나타났다. 반면 '대장동 사건으로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이 대표의 말을 믿느냐는 물음에 '신뢰한다' 47.8% 대 '신뢰하지 않는다' 47.0%로 오차 범위 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결국 관건은 혐의를 입증할 검찰의 물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는 여론의 의심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구속수감된 김 부원장을 사흘째 불러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대장동 의혹 또다른 핵심인물인 김만배씨도 여러번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출국금지 조치됐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야당을 정치탄압한다는 대중적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에 민주당도 애매한 대응보다는 강경한 방법을 쓰고 있다"며 "검찰 수사보다 특검을 원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검찰도 수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적으로 결정적인 물증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검찰의 신뢰도는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낮은 상황에서 검찰의 신뢰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로서도 정치적으로 비난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와 민주당은 계속해서 대국민 여론전으로 난관을 돌파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26일에도 국회에서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의 민생 파탄과 검찰 독재를 강력 규탄한다. 검찰은 고삐 풀린 권력의 친위대를 자처했다"며 "이제 민주당이 행동해야 될 때이다. 저열한 공작수사와 야당 말살 획책에 굴하지 않고 무능과 거짓, 위선으로 점철된 무도한 정권에 맞서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윤석열정부와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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