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4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일신상의 사유'라는 설명 외에는 구체적인 사의 배경이 알려지지 않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국정원 국정감사를 마친 뒤 여야 간사 브리핑에 따르면, 국정원은 조 실장의 사의 표명 내용을 대통령실로부터 유선으로 통보받았다. 이후 국정원이 면직 조치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조 실장의 사의·면직이 알려지자 '국정원장 패싱'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김규현 국정원장이 국감 도중 조 실장이 아니라 '대통령실 담당 비서관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논란이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조 실장이 그만두는 과정에서 김 원장을 패싱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며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은 국정원에서 비공개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조 실장 역시 국감에 참석해야 했다. 하지만 조 실장의 사의로 국감에 참석하지 않았고, 여야 의원들은 조 실장이 사의 표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질의를 집중했다.
다만 조 실장의 사의 배경에 대해 국정원은 파악하지 못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조 실장의 사의 사유와 관련해 "현재 조 실장의 면직 사유는 일신상 사유로 파악될 뿐 구체적 면직 이유는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장에게)조 실장이 비리로 사의 표명한 거냐고 물었을 때 모른다고 했고, 항간에 떠도는 인사 갈등 때문이냐고 질문했는데도 그런 사안은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조 실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일신상의 개인적 이유"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조 실장이 직속상관인 국정원장에게 먼저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장과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대해선 "임명했던 것도 대통령이고 면직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에게 의사를 확인하는 게 먼저인 것으로, 프로세스에 따라 절차가 이뤄졌다"고 했다.
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이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실장이 임명된지 불과 4개월여만에 돌연 사표를 쓴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정원 정상화 역할을 하기 위해 임명된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이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인 조 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과는 2006년 론스타 수사를 함께 하며 인연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 실장의 사퇴 배경에 대해 "국정원 왕실장 조상준 기조실장께서 국정감사 개시 직전 사의 표명했다는 TV속보에 저도 깜놀"이라며 "인사 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등 풍문은 들었지만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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