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규상장사의 한탕주의
2022-11-02 06:00:00 2022-11-02 06:00:00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과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해야 할 기업공개(IPO) 시장이 임원들과 직원들의 ‘한탕주의’ 온상으로 물들고 있다.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경영진의 ‘먹튀’ 논란 등으로 카카오 그룹주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지만, 여전히 회사보다는 개인의 소득을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앞서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페이(377300)의 경우 경영진 주식 ‘먹튀’ 사례가 큰 이슈가 됐다. 당시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878억원 어치를 현금화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 지수에 이름을 올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던 시점이다.
 
회사의 성장성을 담보로 IPO를 통해 주주들에게 돈을 빌려온 카카오페이의 먹튀는 주주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행위였다. 사건 이후 주가는 당연히 폭락을 거듭했다. 주당 24만원을 상회하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현재 3만원 대로 떨어지며 7분의 1토막이 났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주주 대량매도 사전 신고제)까지 추진됐다.
 
카카오페이 먹튀 이후로는 신규상장사의 구주매출이 IPO 흥행의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구주매출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말한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공모주의 경우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에 통상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많은 신규상장사의 임원진들은 구주매출을 통해 많은 현금을 확보한다. 지난 8월 상장한 수산인더스트리(126720)의 경우 상장당시 창업주인 정석형 회장과 부인 안정재 씨가 구주매출을 통해 5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보유했던 주일 일부를 구주매출로 잡았다. 또 최근에 상장을 미룬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경우 상장이 일정대로 진행됐을 경우 3명의 임원이 최대 742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구주매출이 IPO 흥행 실패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구주매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을 목표로했던 골프존커머스의 경우 45%에 달하는 구주매출이 흥행 변수로 지속 제기됐으나, 수요예측을 강행했고 저조한 참여율에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기존주주들 입장에선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할 당시부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던 만큼 보상차원의 구주매출 등 ‘엑시트’ 방법도 필요하다.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등도 엑시트를 조건으로 투자하곤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구주매출은 상당히 민감한 이슈가 됐다. 이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회사가 신뢰를 잃게 되면 그 피해는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IPO 시장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신규 상장사들의 한탕주의는 IPO시장의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박준형 증권부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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