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이태원 참사' 책임의 한 축인 경찰이 '셀프 수사'에 나서면서 특별검사를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일 독립적인 수사를 위해 서울경찰청 산하에 꾸려진 수사본부를 특별수사본부(특수본)로 전환했다. 부실 대응 의혹 이후 자신들의 잘못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잠재적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수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했던 류미진 인사교육과장(총경)을 이미 직무 배제와 함께 수사선상에 올렸지만 최종 사건 책임은 수뇌부가 질 수밖에 없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수사를 담당했던 양중진 변호사는 "국민의 우려 속에서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셀프 수사를 한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여전히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수사 권한도 사실상 경찰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 지난 9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이후 경찰에만 수사권이 있다. 대형 참사는 원래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대 주요 범죄에 속했지만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 제외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경찰의 '셀프 수사' 우려와 관련해 법무부나 검찰의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검수완박 법률 개정으로 대형 참사와 관련해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지금 검찰이 수사 개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은 물론 정부로부터도 독립된 수사기구인 특검 설치 주장이 힘을 받는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규 변호사는 "부실 대응에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경찰이 스스로 수사를 한다는 것에 국민들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중대 사안인 만큼 수사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위해 정치권에서 의견 일치를 보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근택 변호사 또한 "경찰의 지도부가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경찰이 스스로 수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보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은 "특검을 도입하기 위해선 긴 시간이 걸릴 테고 그사이 생길 수 있는 수사 공백이 우려된다"며 "경찰 측 수사에 특별히 오류나 잘못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특검 도입은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특검 도입이 현실화 될 경우 상설특검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특검법은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은 상설특검 임명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논란이 되는 가운데 수사 공정성을 확보하는 취지에서 검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그동안 쌓아온 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 노하우를 가진 검찰 인력을 파견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