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시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15일 검찰에 소환된 것을 놓고 민주당이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다. '당직자의 개인 비리에 대해 당이 공식적으로 나서 방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과 '검찰이 처음부터 당과 이 대표를 겨냥한 표적 수사를 감행한 상황에서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의견 등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정 실장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실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20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억4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비롯해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와 보통주 지분 중 24.5%(세후 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등을 받는다. 검찰은 정 실장 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의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검찰은 이번 대선자금 의혹의 최정점에 이 대표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실장과 이미 구속 기소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소장에 이 대표를 수차례 적시하는 등 사실상 이들을 '공동체'로 규정했다.
그간 당이 전면에 나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이날도 적극 움직였다. 친명계 다수가 포함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정밀 분석한 결과 엉터리로 조작된 영장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그 증거의 실체를 밝힌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친명계인 박찬대 공동위원장, 김남국·김병기 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은 조작됐다며 물증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책위는 "검찰은 영장에서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 주거지 앞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에 녹화되지 않기 위해 계단을 이용해 5층에 있는 정 실장 주거지까지 이동했다고 적시했다"며 "하지만 정 실장이 살았던 아파트 사진을 보면 유 전 본부장이 올라갔다는 계단 바로 앞이자 아파트 동 출입구부터 CCTV가 설치돼 있다.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든 사각지대가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검찰을 향해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아파트를 단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감히 적지 못했을 허위 주장을 영장에 기술한 것이냐"며 "유동규·남욱 등 범죄혐의로 기소된 자들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하는 엉터리 수사를 더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정책의원총회에서도 소속 의원들에게 이번 정 실장 관련 압수수색 영장 반박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의 대장동 수사 관련해 자체 Q&A를 작성해 설명하는 등 내부 의견 규합에 나섰다.
그간 민주당은 검찰의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수사 단계에서부터 공보국 차원에서 적극적인 방어를 이어왔다. 전날 김현정 대변인은 "뇌물 준 사람과 이유가 수시로 바뀌는 희대의 횡설수설 수사"라며 "핵심범죄사실이 오락가락하는 것뿐 아니라 바뀐 주장도 설득력이 전혀 없는 내용이라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일당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5일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정 실장 개인 비리를 놓고 당이 공식적으로 나서 방어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당무와 관련된 일이 아닌데, 왜 당이 나서느냐는 생각"이라며 "(정 실장이나 김용 부원장 같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 아니라)다른 당직자라면 (이렇게 했겠는지)답이 굉장히 궁색해진다. 당 대변인 혹은 공보실 이런 데서 왜 나서느냐"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도부와 대변인 등 당이 총체적으로 나서 해명하는 것이 마땅하냐. 이건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사법적으로 대응할 일"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이 처음부터 당과 이 대표를 겨냥했기에 정 실장의 개인비리로 치부할 게 아니고, 당 차원의 대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많다. 한 친문재인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의도가 뻔한 당사 압수수색까지 강행하면서 당과 검찰의 대결 구도가 짜여졌다"며 "압수수색이 정 실장 자택에 머물렀다면 당연히 논평 등이 나올 수 없었겠지만, 당이 공격받은 만큼 현 상황은 다소 다르다"고 했다. 한 친이낙연계 의원은 "처음부터 정 실장이 아니라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라는 점이 자명했던 만큼 당이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도 "(정 실장 관련된 검찰 수사는)결국 당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당이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현 대응에 공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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