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5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명령,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한미일 3국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전략에 반발해 미사일 도발을 재개했다. 특히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반발이자,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핵보유국 입지를 다지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ICBM 발사에 이어 연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오는 29일 예정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이 분수령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ICBM 1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1000km, 고도 약 6100km, 속도 약 마하 22로 탐지됐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8번째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ICBM을 발사한 것은 15일 전인 지난 3일이다. 당시 '화성-17형'으로 추정된 ICBM은 2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지만, 이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해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한미일 3국 정상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합의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다. 앞서 북한의 최선희 외무상은 전날 담화를 통해 "미국이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직전 ICBM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다. 핵무력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를 다시 한 번 보이면서, 내친 김에 전술핵까지 치닫는 게 북한의 목표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17년에도 잦은 ICBM 발사와 핵실험을 번갈아 진행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지금 시점에서 ICBM을 발사했다는 것은 한미일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강대강 맞대응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며 "또 연말을 앞두고 군사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 더 나아가면 지난 ICBM 발사 실패에 대한 기술적 보완을 통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모두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25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명령,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연장선에서 오는 29일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이 핵실험 감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년 또는 10년을 기준으로 중요 기념일을 강조해 온 북한의 행보를 봤을 때 올해 핵무력 완성 선언일에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문가들 중 북한이 5년 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날을 전후해 핵실험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에 핵실험이 아닌 ICBM을 한 차례 더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당장의 핵실험보다 ICBM 연쇄 도발로 대외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핵실험 감행 가능성만 내비치며, 핵실험을 대미 압박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이 같은 해석의 배경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9일을 기점으로 퍼포먼스 하겠다면 한 번 더 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에 성공적으로 발사한 ICBM을 재차 쏘는 방식일 수도 있다"고 했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5주년을 맞는 29일 국방과학전람회를 할 수 있고, 아니면 실질적으로 정상 각도의 ICBM 발사를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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