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라는 기대감에 부푼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처음 내 차를 사고 받았을 때의 감동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오너라면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새 차는 무조건 내가 먼저 운전해야하고, 심지어 더럽히지 않기 위해 비닐도 뜯지 않는 소비자들도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수개월, 많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새 차에 대한 애틋함까지 더해졌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계약하고 빠르면 한달 늦어도 3개월 안에 차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를 옮기는 카캐리어 운송이 멈춰서면서, 탁송기사가 직접 새차를 운전해 운송하는 로드탁송이 늘어 나고 있다. 때문에 새 차를 먼저 타지 못하는 고객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내 차를 먼저 타본다는 것도 기분이 나쁜데, 주행 중 차를 거칠게 몰거나 흠집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로드탁송 비용도 상당하다. 로드탁송을 진행하는 임시직원들의 일당은 거리와 지역에 따라 24만~27만원 수준으로 높게 책정됐다. 그럼에도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없다. 차량을 제 때 출고하지 않으면 생산된 차량을 둘 공간이 부족해져 공장 생산이 막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로드탁송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000km 연장하기로 했다. 주행거리가 늘어난 만큼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보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주행거리 보증이 아니다. 1년 넘게 기다려서 받은 차가 새 차가 아니라면 어떨까. 소비자들은 2000km의 품질보증 주행거리가 중요하지 않다. 오랜 시간 새 차를 기다렸지만 탁송 과정에서 수백 km를 주행하면 중고차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새 차 구매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회원은 "새 차를 기다리는 소비자 입장에서 값비싼 차량을 그렇게까지 받고 싶은 마음은 안 생긴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 반도체 대란으로 오랜 기간 출고를 기다려온 소비자는 운행기록이 있는 차량을 받아야만 해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완성차업계에서 화물연대 파업 대응책으로 내놓은 2000km 주행거리 보증연장은 답이 아니다. 지난 6월에 이어 지금까지 대응은 똑같다. 당장 화물연대 파업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이러한 상황이 발생될지 아무도 모른다. 단순 주행거리 보증이 아닌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기대하는 새 차를 받을 수 있을만한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표진수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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