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15일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를 골자로 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최종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경제가 어려운 상황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한 종료 등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은 법인세를 한발 양보한 만큼, 국민의힘도 ‘국민감세 3법’ 등을 수용하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공을 넘겨받은 국민의힘은 고심을 거듭하다 일단 당장 김 의장의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방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면서 김 의장의 중재안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그간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예산안에 3000억원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슈퍼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또 민주당은 3채 이상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을 폐지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현행 10억에서 100억원으로 올리겠다고 한 국민의힘 주장도 반대하고 있다. 이를 ‘초부자’ ‘특권층’을 위한 감세 예산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에 대항해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 법인세 감면 △소득세 최저세율 적용 대상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 △월세 부담을 낮추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 ‘국민감세 3법’을 단독 수정안에 담겠다고 주장해왔다.
여야 원내대표간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김 의장은 이날 오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1%포인트 내린 24%로 조정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여기서 민주당은 ‘국민감세 3법’과 경찰국 등 시행령으로 설치된 기구에 대한 예비비 우선 지출하는 방안을 김 의장과 정부 측에 제안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서 민주당이 양보할 테니, 정부여당도 타협에 나서라는 것이다. 당 최고위는 원내지도부의 이런 결정을 바탕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최종적인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그 결과 이 대표는 ‘대승적 수용’을 결단했다. 그는 “민주당은 초고소득자와 초부자감세, 초대기업에 대한 감세가 경제 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정부 재정을 악화시키고 경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서민 지원 예산 확보할 여력을 줄이는 것이어서 민생에도 매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국정은 정부여당의 책임인 것이고, 정부여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더 이상 진척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우리의 정치적 판단과 좀 다르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상인적 현실 감각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자주 말씀드린 것처럼 가짜 엄마와 진짜 엄마가 어린아이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당길 경우 결국 진짜 엄마가 손을 놔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과 비슷하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을 더욱 생각한 것은 민주당이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수용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예산안 처리는 기본적으로 정부여당의 업무”라며 “저희로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는 만큼 여당과 정부는 당연히 이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이 벌써 이태원 참사 49제다.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호소하는 유족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며 “정부여당이 이 협상을 핑계로 시간을 끌면서 국정조사를 회피하는 것을 저희가 막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나의 판단 근거가 됐다는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을 넘겨받은 국민의힘은 김 의장의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원내대표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를 말했지만 언발의 오줌누기”라며 “실질적인 감세는 없는데 직접적으로 외국 유치, 투자 경쟁에서 1%포인트를 인하해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장의 중재안으로 예산안이 다 끝나는 게 아니라 합의가 안 된 사안이 여러 개가 있다”며 “의장의 중재안을 받겠다, 안 받겠다고 당장 답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 당내 입장을 모은 다음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수용 거부’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더 안 좋아질 것 같다”며 “주요 기관들은 내년 경제 성장률 1% 중후반으로 전망하고 있어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 이후 주 원내대표가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윤석열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3%포인트 수준(기존 25%→22%)의 감세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여야가 예산안 2차 처리 시한까지 대치 전선을 형성함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이 또 한 번의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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