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김준형 "올해 한반도 정세, 2010년 때 상황으로 갈 가능성 높다"
'국립외교원장 출신' 외교전문가…"현재 남북미 사이 확실한 중재자 없다"
"북, 윤석열정부 5년동안 확실하게 핵무력 강화…미중 관계서 북 전략적으로 유리"
"현 정부, 미국보다 더 신냉전 마인드…BBC 산업 선두권, 미국에게서 실리 챙겨야"
2023-01-02 06:00:00 2023-01-02 06:00:00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요즘 한반도 정세에 대해 '2018년으로 갈거냐', '2010년으로 갈거냐'라는 말들이 있다. 저는 2010년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남북미 사이에) 확실한 중재자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부터 2년간 국립외교원장을 지내며 대표적인 '한반도문제 전문가'로 꼽히는 김 교수는 "2017년 하반기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고조시켰지만 한국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해서) 적어도 우리 허락 없이 한반도에 전쟁이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계속 해왔던 데 비해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있었던 2010년 이명박정부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적어도 윤석열정부 5년 동안은 확실하게 핵무력을 강화시켜 놓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갈등 상황이 북한이 전략적으로 핵무력 고도화에 나서기에 유리한 구도라는 판단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올해 한반도 정세가 반전할 기미는 없는 것 같은데.
 
보통 2017년 말 상황과 비교를 많이 한다. 그 때 문재인정부 첫 출발이었고 이 정도로 전쟁 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 '2018년으로 갈거냐', '2010년으로 갈거냐'다. 2010년에는 천안함, 연평도 등의 국지전이 있었다. 저는 2010년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당시(2018년)에는 적어도 중재자가 존재했다. (2018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고조시켰지만 한국 정부가 어찌 됐든 중재자 (역할을 해서) 적어도 우리 허락 없이 한반도에 전쟁이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를 계속 해왔던 것인데 지금은 확실한 중재자가 없다.
 
-사실 북한 비핵화는 끝난 것 아닌가. 아직도 희망이 있나.
 
북한도 2018년까지는 2가지 옵션이 다 살아있었다. 하나는 핵을 보유하는 것이고, 하나는 대화를 통해서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이다. 북한에게는 핵을 갖는 것보다 (미국이) 더 나은 것만 제공하면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살아있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 이후로 (이 옵션이) 완전히 없어졌다. 그러면서 이제 옵션은 (핵을 보유하는 것) 하나밖에 안 남은 것이다. 북한은 억지력을 통해서 안보를 확보한다는 게 확고해진 것이고, 그것을 명문화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한 게 핵무력 법제화다. 적어도 엄청난 변동이 없으면 북한은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고 비핵화는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북한은 2, 3년 내지 또는 적어도 윤석열정부 5년 동안은 확실하게 핵무력을 강화시켜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북한은 (협상을 하더라도) 이제는 자기가 칼자루를 쥐고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북한은 전략적으로 지금 유리하다. 이게(미중 관계가) 나빠질수록 북한의 자율성은 커지고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진다.
 
그래서 미국이나 우리가 생각해 봐야 되는 게 결국 군축과 현상 관리다. 우리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 목표고 북한이 지금 핵을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게 하고 멈추게 하는(동결)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군축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더 어필될 수 있다. 물론 군축에 민감한 부분이 있다. 이제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이야기는 있겠지만 이게 계속 길어지면 그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미국 내부에서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한미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전례없는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기존 대응 외에 다른 대응 방안이 있나.
 
없다. 사실 확장억제 한다고 해서 전략자산을 상설화하고 자산화 하면 여기 한반도가 전시 체제, 병영 체제가 되는 것이다. 들락날락거리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갖고 중국하고 러시아는 그냥 보고 있겠나. 예를 들어서 지난번에 한미일이 연합 대잠수함 훈련한 것도 중국은 '대북대잠' 훈련이 아니라 '대중대잠'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기(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수시로 전개하면 여기가 러시아와 중국의 메인 전략자산 전개의 중심이 된다. 그게 무슨 해결점이 되나. 그리고 그 경비는 나중에 우리가 다 대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를 전략자산 전개의)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주고 있다.
 
또 북한의 7차 핵실험 관련해서 저는 작년부터 북한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안 할 가능성이 더 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6차 핵실험까지 충분했다. 7차 핵실험은 전술핵무기를 경량화 시킨다는 것인데 그렇게 게임 체인저도 아니다. 우리가 7차 핵실험을 레드라인으로 만들어버린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짜 전쟁이라도 할 것인가. 방법이 없다.
 
지난 2020년 11월9일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국립외교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초청 강연에서 '미국 대선결과 분석 및 한미관계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칩4(Chip4·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에 참여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반도체 동맹이라는 게 가능한가. 예를 들어서 한국, 일본, 대만이 서로 경쟁하는데 말이다. 미국의 생각이 뭐냐면 중국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시키고, 그 공백에 미국이 들어가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이 들어가는 것을 스스로 못하니까 지금 반도체 강국인 이 세 나라(한미일)를 투자시켜서 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뭐냐면 투자를 할 때 한국 정부가 기존에 아무 조건을 안 걸었다는 것이다. 그게 한국이 잘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중국에 있는 몇나노급 이하 반도체라든지 또는 지금 기투자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이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한국이 들어갔어야 됐다. 그것을 안했기 때문에 미국은 무제한으로 제재를 걸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ASML도 DUV(심자외선)는 계속 팔고 EUV(극자외선)만 안 팔겠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우리(한국)는 안 했다. 미국이 자꾸 욕심을 내고 있고, (미국이) 한국에 이렇게 내라고 하면 한국은 저항해야 된다.
 
-그러면 우리(한국)는 (미국에)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것인가.
 
얼마든지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지금 (현 상황을) 냉전적 사고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미중 이 둘 사이에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리스크는 맞다. 리스크는 맞지만 동시에 (반도체는) 미국이 우리 없이는 절대로 못한다. 중국도 우리 없이는 곤란해한다. 이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반도체는 우리의 지렛대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관련해서 미국이 중국 상대로 최종적으로 얻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초격차 지위 유지다. 두 번째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부활이다. 이게 미국 대선에서 제일 중요하다. (미중 사이를) 잘 이용하면 중국과의 격차를 우리가 유지하고 미국한테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받아나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에 자동문처럼 다 열어버렸다. 이 정부가 미국 보다 더 신냉전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안보적으로 자꾸 신냉전으로 보니 당연히 (우리의 선택은) 미국인 것이다. 제가 보기에 이 사람들이 거의 이념적 전사들이다. 미국과 중국의 승부가 10년 내로 결정이 난다면 한쪽을 선택하는 게 맞는데 누가 봐도 엎치락뒤치락하며 몇십년 갈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경제안보'라는 용어는 '경제가 안보다'라는 일반적인 용어로 쓰일 수도 있으나 공급망이 그 핵심이라는 점에서 사실은 미국 중심 경제 생태계에 우리가 묶이는 것 아닌가.
 
공급망 연대를 하면서 중국을 배제하고 보호무역 중상주의 정책을 하는 게 미국의 경제안보다. 오히려 미국의 경제안보에서 우리의 실리를 챙겨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이자 경쟁력이라고 하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분야에서 모두 세계 선두권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독일은 바이오만 강하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말고 없다. 대만도 반도체만 강하다. 그런데 이것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좋은 말은 다 들어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완전히 쏙 빼 버렸다. 지역적 범위에 중국이나 러시아는 없고 북한은 위협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아예 제외한 것 자체가 견제 의도가 있다고 본다. 공급망 문제도 미국이 사실상 자유무역주의 원칙을 어기는 문제다. 우리의 자율적인 전략이라는 냄새가 전혀 안 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기본적인 전개 구조가 비슷하다. 사용하는 표현들이 미국이 중러를 겨냥하는 것들을 그대로 카피하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별책부록 같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윤석열정부는 중국 견제, 봉쇄 의도는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 말대로 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브릿지(다리)가 아니라 해양세력으로 갈아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대륙세력은 적이 된다는 의미다. 형국이 우리가 반도국가니까 대륙세력을 견제하는 선봉대가 되는 것이다. 이름도 안 바꾸고 계속 미국이 중국을 비판할 때 쓰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미국이 지금 중국을 과거에 일본이나 소련처럼 꺾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나.
 
지금까지 미국이 소련이나 일본을 꺾어버릴 때 그들의 국력이 미국의 40%에 미치지 못했다. 보통 좀 거친 통계지만 국력이라고 하면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GDP(국내총생산)와 그 다음 군사비를 합쳤을 때 40%를 육박하는 국가가 없었다. 일본도 최고 전성기때 37%였다. 그런데 중국이 언제 40%였냐면 2001년 9·11 테러 직전에 40%였다. 지금 중국이 70%다. 단순한 통계 차이가 아니고 (미국이 중국을) 한 방에 못 보낸다는 것이다. 미국도 어마어마하게 피를 흘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과) 엄청나게 많이 얽혀 있다. 미중 패권 갈등이 격화되었던 2021년에 미중 무역액이 사상 최고라는 역설적 통계가 보여주는 함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미국은 한편으로는 신냉전적 전략을 펼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리를 모색하며 동맹국들을 활용하여 중국과의 초격차 유지하려 하는데, 우리가 오히려 가치나 원칙에 너무 얽매이면서 배타적인 (냉전) 프레임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대담=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정리=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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