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를 놓고 정치권 계파 간 생각이 판이하게 갈리고 있다. 여야 안에서도 친윤(친윤석열)은 난색을, 친명(친이재명)은 반대하고 있는 반면, 비윤(비윤석열)과 비명(비이재명)계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뒤부터 정치권 내에선 백가쟁명식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여야 의원 45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은 이미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고,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 '정치개혁 2050'도 소선거구제 폐지를 주장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6일 정치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정치·정당 혁신 의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논의는 많지만, 제도 도입에 대한 반응은 제각기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와 멀수록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멀수록 반대하는 형국이다. 한 개의 선거구 안에서 두 명 이상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는 만큼 거대 양당 안에서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탓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전 브라질 룰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일본은 소선거구제에서 출발해서 중대선거구제로 갔다가 1993년경 소선거구제로 다시 돌아온 경우"라며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됐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날 "선거구 개편은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으며 지역구마다 사정이 달라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비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B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가 지금 민주당하고 국민의힘, 보수 진보 두 당이 서로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싸우고 있다"며 "지역구도 이념적인 대결, 적대적 대결 이걸 전부 다 해소할 방법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찬성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친윤을 겨냥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님들은 여기에 대해서 미지근하게 전부 다 입 딱 다물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죽으라면 죽을 시늉도 하는 분들이 중대선거구제는 왜 적극 환영을 안 하고 있나"고 비꼬았다. 비윤계 김웅 의원도 "윤심(윤 대통령 의중)은 곧 민심인데 어찌 감히 반발한단 말인가"며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친윤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의견이 나뉘는 구도는 비슷하다. 이재명 대표가 4일 "저는 다당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말해왔다. 다만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다"고 선을 그은 이후 친명계는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친명 김용민 의원은 같은 날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위험하다. 정치 기득권 강화와 계파 정치 부활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고 친명계이자 민주당 정치혁신위원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2인 선거구는 양당이 나눠먹자는 얘기라 고민해 볼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비례성 강화와 지역구도 타파, 여러 정치 신인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라고 했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장경태(왼쪽에서 두 번째)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비명계는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하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뭐라도 토를 다는 분은 기득권을 놓기 싫은 분들이다. 던져야 한다"며 "바꿔야 된다고 평소에 이야기하다가 바꾸자고 하면 다들 갸우뚱거리고 미적거린다. 왜 그러냐. 기득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5선 중진으로 대표적인 소장파 이상민 의원도 4일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를 확대한 것은 지금의 양당 독과점을 깨부수고 여러 정당들이 정치적 품질 경쟁하도록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찬성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계파 자체보다는 의원들이 놓인 처지에 따라 중대선거구제 이해관계가 나뉠 수밖에 없다"며 "대체로 원래 이름값이 높은 사람들은 찬성하는 반면, 지역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상관없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여야의 찬반 구도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