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올해 롯데그룹이 제시한 주요 목표는 기존 사업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입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롯데의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롯데 측에선 이를 시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단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는 롯데가 혁신을 단행하기에는 동력이 없고, 계획 경로대로 실현이 쉽지 않다고 분석합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롯데’를 위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는 “메디컬, 바이오 등 헬스 앤 웰니스 분야와 모빌리티, 수소와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며 도전을 시작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핵심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롯데의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현재 롯데그룹은 올해에만 5조원이 넘는 만기 회사채가 도래하고, 신사업 투자 등 적잖은 지출이 계획된 상황입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지난 1월 한 달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유상증자 등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만 4조원이 넘습니다. 현재 고금리 업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 입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범위를 1분기로 좁히면 롯데그룹은 캐피탈채를 포함, 1조2200억원가량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습니다. 회사 부문별로는 △호텔롯데 3600억원 △롯데제과 1100억원 △롯데렌탈 1000억원 △롯데칠성 500억원 △롯데건설 400억원 등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롯데그룹은 과도하게 부채를 사용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시기가 좋을 경우 레버리지는 수익을 확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경기 침체 시 채권 발행은 아킬레스건이 되기 쉬운데, 롯데그룹은 현재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5월 롯데는 바이오, 모빌리티 등 미래 성장 산업과 화학·유통·호텔·식품 등 4대 핵심 사업군에 2026년까지 3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유통·관광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롯데 분야별 투자계획안 규모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세부적으로 △신사업(15조2000억원) △화학사업(9조3000억원) △유통사업(8조1000억원) △호텔사업(2조3000억원) △식품사업(2조1000억원) 입니다.
신사업은 바이오 생산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신설 등이고 화학사업은 수소·배터리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등입니다. 유통사업은 마트 특화매장 확대 등이고, 호텔사업은 면세점 및 물류시설 등을 말합니다. 식품사업은 대체육, 건강기능 식품 등 미래 먹거리 개발 및 설비 등을 뜻합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아울러 롯데는 국내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에도 공을 들입니다. 롯데벤처스는 2026년까지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3600억원 규모로 확대합니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자금 조달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 이야기도 나옵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롯데지주가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 매각으로 1조9000억원을 마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업계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중에서 1~2개는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 계열사가 어느 계열사가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즉 계열사를 매각해서 자금을 확보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 계열에 전반적으로 현금 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고, 롯데건설에 현금 소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롯데그룹 측에서는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조달 금리가 높아져 우려된다는 시각이 있다”며 “조달 금리가 롯데라고 해서 높아진 게 아니라 공모채 시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며 “롯데그룹 내에서도 회사 상황에 따라 조달 금리가 높은 회사가 있고, 시장하고 비슷하거나 낮은 회사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공모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방법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조달 금리도 회사 경영 환경이나 업황에 따라서 편차가 있어왔고, 비단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사에 속한 계열사들도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올해 초 들어 공모채 시장도 안정되고 있고, 회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오버부킹으로 청약 받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건설 발 이슈로 현실보다 과한 시장의 우려가 섞인 프레임에 휩싸였던 시기를 겪은 바 있다”면서도 “연초 들어 시장의 우려였을 뿐, 롯데건설의 사채 발행 성공이나 관련 계열사들도 공모채를 잘 발행하는 등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롯데는 기존 사업을 추진하고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재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며 “롯데가 돈을 조달하지 못해 계획했던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및 법인 설립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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