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기업결합이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올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합병 키를 쥔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경쟁 제한성 우려 등을 더 들여다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대한항공 여객 매출에서 미주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1위였으며, 동남아(21%), 유럽(1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한항공에게 미주·유럽 노선은 주요 매출처로 이들이 가진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1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EU 집행위원회는 예비심사인 1단계를 오는 17일에 마치고, 이후 4개월에 걸쳐 반독점 조사인 2단계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2단계 조사가 확정은 아니다”라면서도 “2단계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EU 경쟁당국 오는 17일 1단계 심사 마치고 2단계 돌입할 듯
김광옥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EU의 기업결합심사는 1단계 심사 후 필요 시 2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며 “EU의 기업결합심사는 통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EU 경쟁당국이 1단계에서 승인을 내줄 수도 있지만, 1단계에서 독과점을 판단해 2단계 조사로 더 나아가면 그만큼 대한항공이 EU로부터 승인을 받는 시기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EU 경쟁당국은 지난 1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1년 1월 대한항공이 EU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배경 등을 설명하는 사전협의를 시작한 지 2년 만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13일 EU와 사전협의를 마무리하고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EU는 신고서 제출일 기준으로부터 35일간 양사의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경쟁 제한성 여부와 노선 독점 여부 등을 판단하는 1단계 심사를 갖습니다. 그 결과가 오는 17일 나올 예정입니다.
EU 경쟁당국이 양사의 합병으로 인해 노선 독과점이 판단되면 이를 해소할 시정조치안을 대한항공에 요구하는 2단계 심사가 진행됩니다. 2단계 심사는 최대 130일이 소요됩니다. EU 경쟁당국이 130일을 채워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면 그 시기는 6월 중순께가 됩니다. EU는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등 4개 노선의 여객 및 항공 화물 독과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병 키 쥔 미국도 심사 기간 연장
EU의 2단계 심사가 유력한 가운데 미국도 심사 기간을 연장한 탓에 대한항공이 올 상반기에 모든 해외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내는 것이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심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심사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양사 기업결합에 따른 노선 독과점 우려를 더 지켜보고 이를 대한항공이 어떻게 해소할지를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 경쟁당국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면서 “경쟁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주요 14개국 승인을 얻어야 이뤄집니다. 10개국 승인을 받은 대한항공은 미국·EU·영국·일본 등 4곳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2021년에 모든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 받는 것을 목표했지만 이미 해를 두 번 넘겼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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