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검찰이 예상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민주당이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방탄' 논란에, 가결되면 자칫 수장을 잃을 위기에 노출되며 당 전체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재명 "부정한 돈 한 푼 취한 바 없다"…'전면전' 선언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예정에 없던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해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당 차원의 대책 마련에 골몰했습니다. 회의 끝에 17일 오전 10시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연 뒤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169명의 소속 의원을 비롯해 지방위원, 당직자, 보좌진, 원외지역 위원장까지 참여한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이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 없고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 없다"며 "국가권력을 정적 제거에 악용하는 검사독재정권은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 점은 분명한 역사적 진실로, 검사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민주당은 안호영 수석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에서도 "이제부터 윤석열 검찰과의 전쟁"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결코 무릎 꿇지 않겠다. 윤석열 검찰의 야당 탄압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6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으로 인해 검찰은 조만간 국회에 먼저 이 대표를 향한 체포동의안을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여야가 이달 임시국회를 열면서 확정한 본회의 예정일인 24일 이 안이 국회에 보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이를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28일 본회의 추가 소집이 예상됩니다. 여야는 임시국회 합의 당시 법안 처리 등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이날 추가로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부결' 전망…가결 시 '대표 공백'
현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299명) 과반(150명)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재적 의원 전부가 표결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고 있는 국민의힘(115석),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 의석을 합치면 122석으로 과반에 28석이 모자랍니다. 산술적으로 169석인 민주당에서 그만큼의 내부 이탈이 발생해야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셈입니다.
가결 시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대표 구속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당내에서는 부결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친문(친문재인)계 의원은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에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도 "부결되지 않겠느냐. 산출적으로 28명의 반대표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도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대표 사수를 위해 당 전체가 '방탄'에 매몰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이러나저러나 민주당으로서는 진퇴양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주당으로서는 가결이든 부결이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부결되면 '이재명 방탄' 논란, 가결되면 대표가 자칫 구속될 위험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재명(오른쪽에서 두 번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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