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운전자보험을 두고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변호사비 보장은 물론 선임비와 치료비의 보장금액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데요. 보험금 과다 청구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시장 개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상품 구조 변경을 요구했다가는 '절판 마케팅'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1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운전자보험 과열 경쟁에 대해 인지하고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직접적으로 중재를 시도하거나 상품구조변경을 권고하는 조치를 내리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들어 손해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특약을 추가하고 보장 금액을 늘리는 등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005830)이 업계 최초로 변호사선임비 특약을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보장하는 것으로 확대하자
현대해상(001450)·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000060) 등이 같은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또한 메리츠화재는 상해등급 8~14등급의 운전자에 대한 변호사선임비를 최대 100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DB손해보험을 포함 업계 수준보다 2배 높았습니다.
삼성화재(000810)는 6주 미만 교통사고 처리지원금을 확대하고 나섰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6주 미만의 상해를 입은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비용을 기존 8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늘린 것입니다. 업계 최대 지원금은 750만원 선으로, 이보다 250만원 가량 높게 책정했습니다. 자동차사고 변호사선임비용도 기존 최대 3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상향했습니다.
결국 DB손해보험도 보장 확대로 맞섰습니다. 변호사 선임비용 보장을 2000만원 높인 최대 700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교통사고 처리지원금도 기존 8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대폭 올렸습니다.
앞서 운전자보험 특약 시장이 과열될 때도 변호사선임비가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앞다퉈 비용을 늘리고 있어 우려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시장 개입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보험사의 과당경쟁으로 금융당국이 제지에 나설 때마다 오히려 절판마케팅이 판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손보사를 중심으로 유사암 보장 과열 경쟁이 벌어지자 금융당국이 상품구조 개선을 경고했었는데요. 손보사들은 다시 보장을 축소하도록 상품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존 상품에 대한 '절판 마케팅'을 펼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우선 현재 손보업계의 운전자보험 마케팅 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제지 방안을 마련해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열 경쟁이 일어날 때마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금융당국이 권고에 나섰는데, 오히려 이를 이용해 보험사들이 절판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당국의 개입을 조심스럽게 결정하려 한다"며 "원칙적으로 보험상품 설계와 판매는 보험사 권한이기에, 권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보험사에 상품 판매를 중지하라는 요구를 할 수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2월 6일, 1㎝ 안팎의 눈이 내려 빙판길이 된 충북 청주 도심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