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의회가 ‘이태원 사고 특위’를 만들기로 결의한지 100일이 지나도록 구성도 못하며 사실상 방치된 상태입니다. 결의안에 담긴 ‘서울시의원 일동’의 원인 규명, 지원 대책,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은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들이 작년 11월1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 앞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시의회는 지난해 11월15일 서울시의회 제315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 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단 한 명의 반대 의원 없이 가결했습니다.
결의안을 살펴보면 특위 필요성으로 비극적인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치유대책을 마련하며,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참사의 원인 파악과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던 당시의 결의는 온데간데없습니다. 특위 구성도 하지 못한 채 참사 발생 100일을 훌쩍 넘겼고 결의안 통과 100일이 다 됐습니다.
민주당 "강한 유감, 약속 휴지조각 됐다"
이를 두고 시의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특위 위원 추천을 차일피일 미뤄 특위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에선 본회의 통과 다음날 곧바로 특위위원 4명의 명단을 제출했으나 국민의힘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특위는 민주당 의원들의 제안으로 결의안이 상정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결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 부닺혀 결의안 명칭을 ‘이태원 참사 특위’에서 ‘이태원 사고 특위’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시의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장기간 회피 끝에 특위 구성을 무산시켰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참사수습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며 “참사수습과 진상규명의 의지조차 없었던 것은 아닌지 시의회 국민의힘은 시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준오 시의원은 “국민의힘 쪽에서 안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저희한테 얘기를 했다. 여론이 들끓고 관심이 있을 때 특위를 구성할 것처럼 하다가 시간이 좀 흐르니까 이제 나몰라라하고 묵히는 거”라며 “특수본이나 국정조사도 있지만 시의회 차원에서 서울시 행정이 제대로 됐었는지 또 미비한 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하는데, 가만히 구성도 안 하다가 이제와서 구성할 필요없다라고 하면 비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힘 "특위 아니어도 당 차원 노력"
이에 대해 시의회 국민의힘에서는 특위의 형태가 아니라도 당이나 시의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입장입니다. 특위에 대한 당내 여론이 뜨겁지 않은 만큼 사고에 대한 조사보다 향후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 특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최호정 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4명하면 저희가 9명해야 하는데 참여하고자 하는 의원이 많지 않았다”며 “무슨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특위 구성이 중요하진 않다. 국민의힘에서는 다음날 바로 조사위 만들고 각 상임위에서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 조사가 끝나면 조사 특위는 아니고 지원대책 마련 특위 형태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의회 전경. (사진=서울시의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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