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최근 마일리지 개편안을 두고 여론과 정부로부터 뭇매를 맞은
대한항공(003490)이, 이번엔 인력 부족으로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토로하는 객실승무원들에게 분리수거까지 시켜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한 달간 인천~토론토(KE032편 등) 노선에서 분리수거를 시범운영했습니다.
기내에서 플라스틱, 캔 등을 1차적으로 분리수거 해 인천공항에서 이뤄지는 분리 작업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한정된 공간인 기내에서 세밀한 분리수거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남겨진 기내식은 밀 카트에 보관됐다가 인천공항에 여객기가 도착하면 밀 카트 자체가 하기된 다음 음식물과 용기가 분리되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남겨진 액체의 음료는 공병에 담기지만 공병 입구가 작은 점이 애로사항이라고 합니다.
인천 중구 대한항공 건물로 한 승무원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큰 틀에서 분리수거가 이행되고 있지만, 최근 대한항공은 플라스틱, 캔 등을 별도로 분리 배출하라며 일부 노선에 재활용 봉투 5~6개를 실었습니다. 문제는 물리적으로 한정된 기내에는 터질듯 꽉 찬 재활용 봉투 5~6개를 놓을 공간이 없을 뿐더러,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리수거 업무까지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대한항공의 한 객실승무원은 “일할 승무원은 최대로 줄여 놓고 분리수거 업무까지 더해져 객실 내부에서 불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100개가 넘는 컵라면의 국물을 공병에 담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라”며 “‘공병 주둥이라도 넓으면 모를까’ 탁상공론의 분리수거 시스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범운영이었지만 이 기간 객실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분리수거로 인해 업무가 과중됐다는 내부 불만이 확산되자 회사는 세밀한 분리수거 작업을 정식 도입하지는 않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에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기 전엔 테스트를 해본다”며 “현재로선 (분리수거) 정식 도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대한항공은 작년 1월부터 점진적으로 객실승무원의 근무 인원을 늘려가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정상화 궤도로 올라가고 있는 현재에도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력 보강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은 소비자들이 장거리 노선에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한 개편안을 개악(改惡)이라 비판하자, 한 발 물러서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 B787-9. (사진=대한항공)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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