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갈등 격화…"의료체계 혼란" vs "공중보건 위기 해결"
이달 국회 본회의서 부의·표결 예정
의협 "특정 직역만을 위한 과잉 입법"
간협 "보건의료 환경 맞춰 역할 규정 필요"
복지부 "조정·협의돼야, 논의 더 필요"
2023-03-13 05:00:00 2023-03-13 05: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간호법 제정안의 처리 시한이 임박하면서 보건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간호협회는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건의료단체들은 특정 직역만을 위한 과잉 입법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3일 열릴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취소법 등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지난달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습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 투표를 통해 부의 여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 내 만든 법입니다. 기존 의료법 2조에는 의사의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간호법의 쟁점은 '간호사의 독자적인 의료활동'입니다. 기존에 간호사 업무를 규정했던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등을 규정하는 독립 법안입니다. 
 
가정간호, 방문건강관리, 노인장기요양 등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현장에서 간호사가 담당하는 일은 늘어나면서 명확한 업무 규정이 필요한데 따른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 제정 자체가 특정 직역만을 위한 중복·과잉 입법이며 직역 간 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확대되면 의료체계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의협을 비롯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직역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를 중심으로 연일 1인 시위, 총궐기대회 등을 개최하며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은 특정 직역군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간호법 제정이 아닌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근거해 모든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수급 계획과 근무환경·처우개선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편향적인 입장만을 전면 수용해서 보건의료계의 갈등 양상을 심화시키고, 보건의료계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안의 처리 시한이 임박하면서 보건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간호법 저지를 위한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집회 모습. (사진=뉴시스)
 
그러나 간호사 단체는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 의사와 의료기관에 국한된 의료법으로는 간호사의 업무를 보호할 수 없다며 초고령사회 늘어나는 간호 수요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협 측은 "간호법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간호 수요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주기적 공중보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간호법 제정을 토대로 숙련된 간호인력을 확보하고 지역 간 적정인력을 배치해 앞으로 맞을 보건의료 환경변화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추진단을 구성해 끊김 없이 간호법 제정 업무가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민생법안인 간호법을 제정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의견수렴 절차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지난 9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박민수 제2차관이 국회에서 밝힌 것과 같이 간호법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직능 갈등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민주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임강섭 과장은 "국회 법사위 2소위 속기록 입장에서 변화는 없다. 현재 하위법령 마련도 염두하지 않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많은 사회적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민주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본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박민수 제2차관은 "직역 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법이 통과되면 행정부로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간호법 통과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상태입니다.
 
간호법 제정안의 처리 시한이 임박하면서 보건의료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간호법 제정 호소문 낭독하는 대한간호사협회장.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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