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둔화'란 진단을 내린 것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 지표 중에서도 수출 부진이 경기가 오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이 미치는 효과가 아직 직접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같은 부정적 요인으로 불확실성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2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관세청은 오는 21일 올해 3월1~20일 수출입 현황을 잠정 발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실적을 미뤄볼 때 6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세청 수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7.5% 감소했습니다. 조업일 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9% 줄었습니다.
이달 1~10일 수출을 보더라도 전년 동기 188억3900만달러보다 무려 16.2% 줄어든 158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조업일 수를 적용해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 감소 폭은 27.4%에 달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수출 부진과 제조업 기업 심리 위축 등의 이유를 들어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재부는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경기 둔화'로 진단했습니다.
2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관세청은 오는 21일 올해 3월1~20일 수출입 현황을 잠정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감만(위) 부두 야적장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8일 '3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특히 2월 수출 중 반도체가 전년 동기보다 47.7% 줄어드는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제조업 부진, 설비투자 위축이란 악순환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SVB 파산이란 대외 변수 때문에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 과장은 "하반기 들어서는 반도체라든지 중국을 포함한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여건이 개선돼 우리나라도 그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가장 큰 화두였던 실리콘밸리은행이나 시그니처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등 고금리로 인한 취약 부분의 금융 불안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실장은 "지금은 반도체 시장 침체와 세계 경기 급랭이 동시에 겹친 아주 드문 사례로 수출에서 몹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제조 상품의 구매가 한국의 수출로 이어지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3대 호재 품목으로 전기차, 배터리, 선박 등을 정했는데, 이들 품목이 얼마나 수출 감소 폭을 완화해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올해 1월과 2월 국가별로는 폴란드의 수출 증가세가 높다. 이는 방산 품목이 수출 통관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단가와 물량이 모두 하락한 것이 회복되면 플러스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관세청은 오는 21일 올해 3월1~20일 수출입 현황을 잠정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사진=AP/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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