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외교·안보를 지난 1년간 자신의 성과로 꼽았습니다. 주로 한미 동맹 강화, 한일 관계 복원 등과 같은 키워드가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나치게 미국과 일본에 치중한 외교를 펼치면서 한반도가 미중 패권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대통령실이 6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국빈만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 맥클린 친필 서명이 담긴 기타.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미일만 바라본 윤 대통령…"내 편 아니면 적"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이후 그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플랫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전략적 명확성을 통한 미국 밀착 행보를 예고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한 달 뒤인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첫 다자 외교 무대에 올랐습니다. 냉전의 산물인 나토는 당시 중국과 러시아 대항 동맹으로 노선을 분명히 하는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의도가 다분히 투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을 결집시켜 대러·대중 견제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라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과 정상회담, ‘이념의 장’이 된 나토 정상회의 참석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그 이후에도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집중한 행보를 펼칩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중국의 부상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3각 협력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반영됩니다. 한미일 3국 정상이 이처럼 포괄적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 합의가 처음입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진행합니다.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먼저 진행합니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하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제3자 변제안은 한일 공동으로 만든 제3의 재단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상의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의 기부금 등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은 빠집니다. 윤 대통령의 방침은 2018년 11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피해자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무시한 결정이라 더욱 논란이 일었습니다.
파문이 일자, 윤 대통령은 일본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 열린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공식 반성과 사과를 내놓지 않고 개인적 유감 표명에 그쳤습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오히려 “악의를 가지고 (도청)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미국을 두둔, 재차 저자세 외교 비판이 오르내렸습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중국·러시아를 향해서는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14일 북한의 장소가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지난 1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 시험발사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13일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저자세 외교 청구서 '후쿠시마' 수산물…핵공유 논란 판박이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정상회담, 원전·반도체·공급망 협력 강화, 방위산업 수출,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을 외교·안보 성과로 꼽으며 “우리 정부는 지난 1년간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존중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 경제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집권 2년차를 향하는 윤 대통령의 외교에 당장 적신호가 들어왔습니다. 일본이 올여름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하면서 한국민의 먹거리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한국이 강하게 우려를 표하자,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전문가들을 포함한 시찰단을 구성, 후쿠시마에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검증단이 아니라 시찰단 수준에 그쳐, 오염수 방류를 위한 절차적 명분 쌓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자 정부는 시찰단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평가할 수 있다고 여론을 진정시켰습니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염수 안전성 평가는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외교부는 재차 “독자적으로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을 중층적으로 검토·평가할 기회가 확보됐다”고 반박, 양국이 사실관계 공방을 벌이는 모습입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정부가 “핵공유”라고 성과로 포장하면 미국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뉴스토마토>에 “윤 대통령은 적과 아군을 나누는 외교를 하고 있다”며 “아군이라고 해도 국익을 위해서는 치열한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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