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최근 혼탁한 국내 증시의 주범으로 제한된 공매도가 지목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한데요. 몸집이 작은 종목은 공매도 부담이 없어 주가 조작에 취약하다는 지적입니다. 연초 공매도 전면 시행을 언급했던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시행을 포함한 제도 개선의 칼을 뽑을지 주목됩니다.
(사진=뉴시스)
제한된 공매도, 개선 없이 지속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매도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증시가 영향을 받자 2020년 3월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는데요.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 금지를 해제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 시총 규모가 큰 종목들만 공매도가 가능하단 뜻이죠. 제한된 공매도 규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신규 편입되는 종목은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락 우려도 존재하죠. 특히 '밧데리 아저씨'로 유명세를 탄 금양이 공매도 맛집이 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들에 공매도가 가능해짐에 따라 편입 종목들은 편입 후 공매도에 따른 하방 압력이 존재하며, 편출 종목들은 편출 전 숏커버링(환매수)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한된 공매도 폐해 잇따라 드러나
대형주에만 공매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을 대상으로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상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언급되는 부분은 이상 급등을 보인 종목에 대한 가격 조정인데요. 주가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 과도하게 상승한다면 공매도를 통해 적정 수준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죠. 현재처럼 제한된 공매도 환경 속에선 특정 종목의 이상 급등에 대한 조정도 제한적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에서 제한된 공매도의 폐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FD 사태로 하한가를 맞은 8개의 종목 중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은
다우데이타(032190),
하림지주(003380) 등 두 종목이었는데요. 해당 종목들은 다른 종목들 대비 주가 회복이 빨랐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대성홀딩스(016710),
선광(003100),
서울가스(017390)는 이번 사태로 종가 기준 4번 하한가로 추락했고요. 삼천리는 3번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다우데이타는 2번, 하림지주는 1번에 그쳤는데요. SG증권에서 대규모 매물이 나온
CJ(001040)도 지난달 24일 크게 하락했지만 이내 회복했죠. CJ는 코스피200 구성종목으로 공매도가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가능했던 CJ를 비롯해 다우데이타, 하림지주에 공매도 순기능이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어느정도 작용했다"며 "공매도는 주가가 이유 없이 폭등한 것에 대해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된 방어 수단은 아니었겠지만 상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시총 대형주 CJ는 대주주 지분이 높고 유통주식 비중이 낮아서 작전에 함께 들어간 것 같다"며 "장중에는 하한가까지 내려갔지만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고 전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2일 CFD 제도 개선 착수를 당부하며 공매도 금지 종목이 CFD 작전세력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반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면서도 "특정 시점에 특정 종목에 일어난 공매도 사례가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시총 작은 스팩주…주가 조작에 취약
일각에선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도 공매도가 안되는 점을 짚었는데요. 다른 회사와의 합병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스팩은 수월한 합병을 위해 몸집을 줄여 상장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주가 조작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지난 2021년 5월에 상장한 삼성스팩4호는 상장 다음날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상장 열흘 만에 주가가 1만2900원까지 치솟아 6배 넘는 폭등세를 나타냈습니다. 메가 스팩이 등장하고 있지만, 합병에 수월한 스팩의 평균 시총은 100~200억원 수준입니다. 소규모 스팩은 거래량도 적어 변동성이 크죠. 특정세력이나 증권사 등이 적은 거래량을 이용해 변동폭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한된 공매도로 인한 폐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시행 시기가 주목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이유로 공매도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월말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방안 검토를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개미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이 원장은 4월초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완화 없이 공매도 전면 재개는 검토 대상조차 되기 어렵다"고 말했죠.
공매도 전면 시행에 앞서 당국의 제도 개선이 선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매도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선 개선 방안이 마련되야 할텐데요. 이효섭 연구위원은 "당국의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 처벌이 잘 작동되고 거래소의 시장감시도 잘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는 공매도 전면 시행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