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용산 전자상가에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북한이 3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탑재 로켓과 관련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실패했다고 빠르게 인정하는 동시에 발사를 재차 시도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장기적으로 볼 때, 추가 발사를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위성 기술의 신뢰성을 얻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입니다.
150분 만에 실패 인정한 북…"'대미 억제력' 입증 차원"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9시경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사고 발생’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발사된 신형 위성운반 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북한) 서해에 추락하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 발사에서 나타난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사실을 당일 신속히 인정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29분경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 주장의 우주 발사체’ 1발을 발사했는데요. 위성 발사 후 약 2시간 30분 뒤 발사에 실패했다고 공개한 겁니다.
이런 북한의 빠른 시인에는 북한이 개발한 위성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군사 기술로 대미 억제력을 발휘하려면 그 능력을 대외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설명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발사는 실패했지만, 투명하게 기술적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미”라며 “궁극적으로 대미 억제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으려고 역으로 빠르게 실패를 시인하되,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위성 발사 실패에 대한 억측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측면이 있다”며 “부수적으로는 북한이 ‘정상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차 발사 준비하는 북한…"이르면 6월 11일 이내 쏜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이날부터 다음 달 11일 사이의 날짜 가운데 이날을 특정한 데 대해서는 발사에 물리적 영향을 미치는 기후부터 내부적으로 급진적 의사 결정이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양 교수는 “통상 북한이 발사 시기를 발표할 경우 첫째 날이나 둘째 날이 디데이였다”며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6월에 발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던 만큼 다음 달 1일 발사에 무게가 실렸으나, 기후 문제가 변수로 떠올라 하루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봤습니다.
홍 실장은 “이 부위원장이 위성 발사 시기를 다음 달 1일이라고 언급한 데에는 이와 관련한 프로세스(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됐다는 뜻”이라며 “기습적으로 첫날 쏜 배경에 다른 의사결정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는 이르면 기존에 예고한 다음 달 11일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애당초 북한이 발사 전 실패에 대비해 여러 개의 위성을 만들어 준비해 뒀을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위성 여러 개를 준비해 놓고 실패를 대비해 연속적으로 쏘는 것을 감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빠르면 다음 달 11일, 늦어도 다음 달 안으로 추가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양 교수도 “이날 발사 실패 원인이 ‘추진체’라고 밝힌 만큼, 기술적으로 2차 발사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북한의 위성 발사는 1998년 8월 ‘광명성 1호’ 이후 여섯 번째입니다. 시기적으로는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발사 이후로 7년여 만입니다. 북한이 쏜 위성 가운데 궤도 진입에 성공한 사례는 2012년 12월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 등 두 차례입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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