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혼란, '공교육 강화'로 초점 이동…교원단체 "효과 의문"
이주호 사회부총리,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기초학력 보장 위한 '책임 교육 학년'·자사고 등 존치 내용
교원단체 "고교 서열 체제 공고히 하면 사교육비 증가 문제 더 심각해질 것"
2023-06-21 16:01:27 2023-06-21 18:04:22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 출제'를 강조하면서 교육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시기를 '책임 교육 학년'으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고,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해당 방안을 두고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의 경우 오히려 공교육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쓴소리를 퍼부었습니다.
 
초3·중1 '책임 교육 학년'으로 기초 학력 보장…교육 다양성 위해 자사고 등 존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우선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크게 떨어진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다시 끌어올리고자 학습과 성장에 결정적인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 교육 학년'으로 지정해 학력 진단을 강화하고 집중 지원합니다.
 
아울러 학년 초 성취 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에 학생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시·도교육청에도 적극 권고할 방침입니다. 학습 능력 진단 결과에 따른 중점 지원 대상 규모 역시 현재 전체 학생의 5% 수준에서 오는 2025년까지 30%로 넓혀 중·하위 수준에 해당하는 학생도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예정이었던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교육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존치합니다. 대신 사교육의 영향력 등을 낮추기 위해 자사고의 경우 모집 정원의 20% 이상을 해당 학교 소재 시·도 학생 지역 인재로 채우도록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2025년부터 전면 실시할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해 추진합니다.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 등급 병기를 폐지하고, 공통과목의 경우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교육부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 부조리에 대응하기 위해 22일부터 2주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합니다.
 
이 부총리는 최근 수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공교육 내에서 다루는 내용이 아닌 킬러 문항(고난이도 문제)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결국 사교육으로 내몰아 큰 문제가 됐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킬러 문항을 과감하게 제거한다는 방향이 소위 말하는 '물수능'(쉬운 수능)은 결코 아니다.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사진 = 교육부)
 
교원단체들 비판 목소리…"학업성취도 평가, 학습 결손 상태 정확히 진단할 수 있나"
 
교육부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교원단체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가 학생들의 학습 결손 상태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데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도 교육의 다양화가 아닌 학교의 서열화 정책이라는 겁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의 경우 내신 성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제대로 시험을 치를 동기가 없다. 실제로 대충 문제를 풀고 자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이를 통해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찾아내 집중 지원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꼬집었습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도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는 고교 서열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서 일반 학교 공교육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수능 킬러 문항보다 더 심각한 사교육비 폭증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또 "학교 서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자사고·외고·국제고 쏠림과 사교육비 증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게다가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목은 석차 9등급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니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가 여전히 남아있는데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 소용 있겠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육부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두고 교원단체들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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