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둘러싼 국내 혼란이 갈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안전성 여부를 떠나 오염수가 방류되는 순간 대한민국에 미칠 경제·사회적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먹거리와 관련해서는 각종 우려심이 고조되고 있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국민적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소통 채널로 일일 브리핑까지 자처하고 있지만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포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르면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이 시작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국내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사진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를 식히는 데 사용된 물을 저장하고 있는 탱크 모습.(사진=뉴시스)
25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12일 오전 8시40분부터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설비 시운전에 돌입, 약 2주간의 시운전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시운전은 이송펌프 정상 작동, 이상상황 발생 시 방출 차단 여부 등을 점검하는 과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다만 시운전은 방류시설 전체가 아닌 방류시설 중 해저터널, 상·하류 수조, 각종 배관 및 펌프 등에 대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운전이 끝나면 일본 정부의 사용전검사 등 정상가동 및 안전성에 대해 인가 절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지난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2년 만에 오염수 해양 방류 최종 국면에 돌입한 셈입니다.
일본정부 역시 늦어도 올여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지난달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후쿠시마 원전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류 시기는 올봄부터 여름 무렵이며 이 일정에는 변경이 없다"며 이를 재확인했습니다.
때문에 이미 국내는 후쿠시마 오염수발 간접 영향권에 들어선 분위기입니다.
특히 먹거리의 경우 벌써부터 가격 불안 등 우려심이 시장에 전이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오염수 방류 우려에 천일염 수요가 늘면서 전달 기준 3만1540원이었던 천일염 20㎏ 평균 소매 가격은 이달 5만7840원으로 83.4% 상승했습니다. 관련해 정부도 천일염 생산·유통·가공업체에 시중 공급물량 확대를 요청하고 시장질서 교란행위 단속까지 나선 상황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먹거리 불안으로 국내 수산물 수요가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입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모습.(사진=뉴시스)
국내 수산업계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본격화되면 국민 불안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업계에 미칠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달 초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2.3%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해 수산물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진은 오염수저지서울행동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국 숙대입구역 인근에서 대통령실로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 옹호하는 정부 규탄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과 국민분열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문제입니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강원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일본 오염수 동해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며 국회 내 오염수 방류 검증 특위 구성과 청문회 실시 등을 여당에 촉구했습니다.
정의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태스크포스(TF) 역시 지난 22일 일본 사회민주당 초청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문길 오르며 오염수 방류 저지 활동에 나섰습니다. 이번 출장 기간 정의당은 도쿄전력을 항의 방문하고 일본 내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석한다는 계획입니다.
반면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야당이 터무니없는 후쿠시마 괴담을 생산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태평양을 돌고서 4~5년 뒤 도달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괴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괴담, 선전 선동 수준의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고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한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전국민중행동 등으로 구성된 '일본오염수투기저지공동행동'은 이번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맞서 오염수 방류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통영지역 시민단체들은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릴레이 단식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부산 시민단체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 오염수 방류과 관련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만 견지하고 있습니다.
박구연 1차장은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 아래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일본 오염수 처리의 과학적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오고 있다"며 "후쿠시마 인근 해역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고 국민들께서도 이를 인정하실 때까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절대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연 한국수산업경영인 연합회 등 지역 어업인단체는 "그렇게 안전하고 심지어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일본이 (오염수를) 희석해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될 게 아니냐"며 "우리 농어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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