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2024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입니다. 지난달까지였던 법정 시한을 넘겼고, 늦어도 이달 13일까지는 최종 결론이 나야 하는데요. 중소기업들은 지불 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말아 달라며 3일 대국민 호소에 나섰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생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경기침체와 공공요금 인상, 고물가로 인한 생산비용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처했다는 게 최저임금 동결 명분입니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이 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기업 생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중소기업의 10곳 중 7곳(68.6%)은 고용 감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이 말한 중기중앙회 조사는 올해 5월 발표한 '중소기업 최저임금 관련 애로 실태 및 의견조사'입니다. 조사 대상은 종사자 300인 이하 중소기업 618개사였습니다.
이날 업종별 협동조합과 협회 대표들도 급격한 물가와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용 감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주요 비용 증가요인으로 중소제조업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 물가 상승은 근로자 생활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장은 "수퍼마켓과 편의점, 주유소 등 서비스업의 경우 높은 최저임금 부담으로 영업시간 조정 등 서비스 축소로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부담을 더 크게 하는 주휴수당을 감당하기 어려워 초단시간 근로자 활용이 늘 수밖에 없는데, 기업은 인사관리 리스크, 근로자도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출력 복사 업계가 로봇 팔을 이용한 설비 자동화에 관심이 크다며 무인화 움직임을 소개했습니다.
민 이사장은 "약 8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도입을 주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보다 급여가 높아 2년 인건비 정도 수준이라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무인 출력 시스템이 개발돼 무인 과금이 가능한 상황이라 아예 무인 매장으로 전환하는 업체도 많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단순히 계산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민 이사장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단순히 최저임금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며 ”직원이 숙련될 때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고 4대 보험료와 주휴수당, 퇴직금, 기타 관리 비용 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은 더욱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당장 받는 월급만 생각하고 올해도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인상하면 중소기업들은 더더욱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현장에서 기능공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100년 기업이 저희 회사 비전이었음에도 내려놔야 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일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생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날 중기중앙회는 '2024년 최저임금 결정 관련 중소기업계 의견'을 내고, 2014~2023년 연평균 경제성장률(2.47%)과 물가상승률(1.56%)에 비해 최저임금은 7.14% 올라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최저임금 수준은 OECD 8위로, G7 평균보다 높다고도 했습니다. 중기중앙회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62.2%로 G7 평균 49.8%, OECD 평균 56.8%보다 이미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기중앙회는 유럽연합(EU) 집행위의 적정 최저임금지침 제안도 최저임금 적정성 평가 지표로 중위임금의 60% 또는 평균 임금의 50%를 제시한다며, 이미 한국 최저임금은 적정 수준을 넘겼다고 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을 고려해 정한다는 최저임금법 4조와 무관하게 결정돼왔다는 불만도 드러냈습니다.
한편 노동계도 결사항전에 나섰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7개 의제를 내걸고 총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산별노동조합 순환 파업과 전국 동시다발 촛불집회, 주중·주말집회 등으로 진행됩니다.
4일엔 최저임금위원회 10차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과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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