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면서 재무부담이 커졌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사업 다각화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차입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재무안전성을 개선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5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이 8조3141억원에 달합니다. 2021년 3조6658억원에서 지난해 6조3247억원 등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사진=롯데케미칼)
총차입금 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약 50%(4조1447억원)로 거센 상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21년 48%에서 꾸준히 올라 1분기 60.3%로 확대됐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됐는데요.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주요 제품 수요 감소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반도체·가전 등 글로벌 전방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줄어들면서 폴리에틸렌(PE) 등 기초소재 분야 주요 제품 수요 역시 위축됐습니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에틸렌 등 기초소재입니다. 원유에서 추출한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수입한 후 이를 열분해(NCC)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을 생산·판매합니다.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량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업체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중심의 대규모 에틸렌 증설로 인한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공급 과잉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원자재(나프타) 가격은 상승했지만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죠. 이에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 적자 전환했고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또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인수에만 2조7000억원을 썼습니다.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해 지난 1월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1조3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조달했습니다. 인수 당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 대비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4일 동박 생산 규모를 연간 6만톤에서 2028년 24만톤까지 늘리고 이를 위해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이미 롯데케미칼은 설비 투자 부담이 상당합니다. 2025년 완공되는 인도네시아 NCC(나프타 분해시설)을 신설하는 데 39억달러(약 5조원), 롯데GS화학 공장 신설에 9500억원 등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GS에너지 합작 사업, 대산공장 증설 등 8개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사진=롯데케미칼)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올해와 내년 국내외 설비 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가 총 6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차입부담 증가로 재무안정성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동박)와
롯데정밀화학(004000)(수소)가 수익 회복에 나서야 합니다. 동박은 구리로 얇게 만든 막으로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에 들어갑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시장 점유율은 세계 4위입니다.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며 국내 동박 업체 중 1위인 연간 6만톤을 생산하고 있죠. 스페인과 북미에도 생산기지를 신설할 계획입니다.
다만 중국이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자 최대 수요처인 중국 동박 수요도 함께 줄었습니다. 또 국내 전력비 상승과 더불어 최근
고려아연(010130) 자회사인 케이잼이 동박 생산 시장에 뛰어들었고
LG화학(051910)도 동박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등 경쟁사가 늘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은 암모니아를 수입해 수소로 변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존 연료와 비교했을 때 효율이 떨어지고 암모니아는 금속을 잘 부식시킨다는 단점도 있어 암모니아 수송에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수소 경제의 개화 시점은 2030년으로 예상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중장기 사업인 만큼 투자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당분간 외부 경영환경 때문에 녹록치 않지만 수소·배터리를 포함한 미래 신사업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고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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