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틀 연속 미국의 정찰기 관련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남조선’이라는 기존 표현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북한이 ‘우리민족끼리’ 차원의 협력 노선을 버리고 국가 대 국가의 ‘적대적 관계’로 규정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향후 남한과의 협력 대신 미국 양자구도로 전환하겠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례 없는 북 '대한민국' 지칭…"적대적 관계로 규정"
김 부부장은 10~11일 발표한 두 건의 담화에서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김 부부장이 두 차례 담화에서 대남 비난 메시지 차원으로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은 최초”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그간 북한은 남한을 ‘남조선’, ‘남조선 괴뢰’라고 지칭해왔고, 남북정상회담 등 공식 문건과 관영매체에서만 ‘대한민국’, ‘한국’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인 겁니다.
북한 매체의 표기 방식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북한 매체는 김 부부장의 담화문에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지난 10일 담화), “《대한민국》의 군부깡패”(11일 담화) 등으로 표현하며 겹화살괄호(《》)를 사용했는데요. 이는 겹화살괄호 부분에 특정 의도를 담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담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남한을 ‘우리민족끼리’ 차원의 대화·협력의 대상이 아닌 적대적 관계로 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남한과 대화·협력하는 과정에서 대남 의존도를 키웠는데 이에 따른 반성으로 미국과 양자구도를 형성,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과 담판 의도 드러낸 북…전승절 앞두고 도발 명분 쌓기
미국과의 관계는 팽팽한 긴장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0일 국방성 명의 담화에서 미국의 전략정찰기가 북한의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담화를 낸 김 부부장은 “미국이 또 다시 해상군사 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경제수역을 침범할 시에는 분명하고 단호한 행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위임에 따라 반복해 경고한다”고 했습니다.
무려 세 차례에 걸친 담화에서 동일한 사안을 반복 주장했다는 점을 볼 때, 북한이 오는 27일 전승절을 앞두고 대미·대남 압박을 위한 도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번 담화는 형식과 내용을 볼 때 단순한 여론전을 뛰어넘는 것으로, 실제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번 담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대한민국과 협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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