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유령법인을 설립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공급한 일당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여기에는 현직 은행원도 가담해 대포계좌 개설을 도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김호삼 단장)은 대포통장 총책과 주요 조직원, 대포계좌 개설을 도운 은행원 등 24명을 입건하고 1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대포통장 대여로 보이스피싱 피해액 14억원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령법인 42개를 설립하고 190개의 대포통장을 국내·외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여하고 이를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하도록 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사기방조 등)를 받습니다.
대포통장으로 인한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는 39명으로 피해액은 14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이는 피해자가 특정된 금액으로, 검찰은 실제 피해 추정액을 62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대포통장 총책 A씨와 모집·알선책 B씨 등을 보이스피싱 사기방조(전자금융거래법 위반·사기방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또 경찰 수사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한 청탁 브로커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총책이 유령법인의 대포계좌 개설을 하도록 도운 은행원 C씨도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C씨는 총책 A씨의 유령법인 대포계좌 개설을 돕고(전자금융거래법위반 방조) 그 대가로 A씨로부터 펀드(월납 400만원), 보험상품(월납 1000만원) 가입을 유치한 혐의(특가법상 수재 등) 혐의를 받습니다. 또 3회에 걸쳐 A씨에게 사기 피해자 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A씨 일당은 2021년 2월~2022년 6월 유령법인 명의로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8740만원을 편취한 혐의(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사기)도 받습니다.
합수단은 범죄수익금 4억원을 추징보전 조치하고 유령법인 16개에 대해 해산 명령을 청구했습니다.
검찰, '범죄단체조직죄' 성립 여부 확인 중
합수단은 이들 조직에게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 적용을 위한 보완 수사를 하고 있어, 향후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주로 조직폭력배들에게 적용했던 범단죄는 보이스피싱 등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합수단에 따르면 A씨 일당은 △범행을 총괄하는 총책 △유령법인 설립자 모집·알선책 △대포통장 유통 사무실 조직원 △유령법인 및 대포통장 명의자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신고로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사고 발생 시 이를 해결하는 '장수리' 업자 등으로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을 유통한 사례이지만 범행을 총괄하는 A씨와 모집·알선을 한 B씨 등 가담자가 24명에 달합니다. A씨 일당은 총책과 각각의 역할을 갖고 있는 공범이 있는 조직으로, 범단죄 성립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습니다.
합수단 관계자는 "범단죄는 위계 질서를 위한 총책과 각 조직원의 역할이 있고, 단체 활동을 계속해왔거나 앞으로 할 건지 등이 성립해야 한다"며 "A씨 일당이 지속적으로 범행을 계속할 건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유통된 대포통장. (사진=서울동부지검)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