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자동차를 제외한 수출 제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 하는 모습입니다. 하반기 수출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반도체·중국 경기 부진 등이 이어질 경우 수출 회복세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5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했습니다. 종전 최고 기록인 2014년 상반기 수출액(252억달러)을 100억달러 이상 넘어선 것입니다. 자동차와 부품 합산 수출액은 473억 달러에 달합니다.
수출액 증가는 단가가 높은 전기·수소·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차 수출액은 상반기 12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4% 증가했습니다. 친환경차 수출대수는 38만5000만대로 수출 차량의 4대 중 1대는 친환경차인 셈입니다.
코로나19로 부진을 겪던 생산량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생산량은 작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219만800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200만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공급이 정상화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내수 판매도 늘었습니다. 상반기 국내 판매는 89만4000만대를 기록하는 등 작년과 비교해 10.7% 증가했습니다. 이 중 국산차는 75만9000대가 팔리는 등 8.7% 증가했습니다. 수입차는 3.1% 감소한 13만400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62억2000900만달러로 58.3% 늘었습니다.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 3월 65억달러를 찍은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60억달러를 넘겼습니다. 지난달 친환경차 수출액은 22억9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98.4%의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국산차의 글로벌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5월 '자동차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미래차 전환과 수출 지원대책'에서 밝힌 올해 자동차 산업 수출액 800억 달러 달성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5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반도체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수출은 439억3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36.8% 감소한 수준입니다.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 감소율은 각각 49.7%, 17.5%에 달합니다.
문제는 하반기 개선 여부입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불확실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안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는 3월 이후 수출물량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화학제품, 전자부품의 부진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 하반기 수출은 작년 4분기 수출 부진에 대한 기저효과로 감소폭이 둔화될 전망입니다. 반도체의 경우는 상반기 감산 영향의 본격화로 재고 감소·가동률 개선을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리오프닝 등 아직까지 수출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 6월까지 13개월째 역성장 중입니다. 대중 무역적자는 9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대중 누적 무역적자는 129억2000만달러로 전체 무역적자(281억4000만달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 수출도 장밋빛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개편 움직임과 경쟁 심화은 위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송명구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이 수출 호조를 이어가려면 수출 다변화, 모빌리티 서비스,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측도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수출 부진 일부 완화, 완만한 내수·경제 심리의 개선세, 견조한 고용 등으로 하방 위험이 완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정보기술(IT) 업황에 대한 개선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제약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내년에는 회복세가 시작할 것이라고 전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수요가 하반기에는 조금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효과가 미진했는데 조금 더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사이클은 한 단계 더 빠를 것이다. 날씨로 치면 먹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먹구름이 조금씩 거치는 그런 분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상반기만큼 가혹한 수출 성과를 계속 유지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하반기는 상반기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자동차 수출액은 35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6% 증가했습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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