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인상되면서 편의점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포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과 경기 침체로 편의점 업황 자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데다,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잦은 업종 특성상 편의점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업계 점주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야간에 상품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편의점 심야할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2.5% 상승한 986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률은 올해 인상률 5%의 절반에 그치지만 상징성 있는 수치인 1만원에 근접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일주일 15시간 이상 근로한 근로자의 경우 주휴일에 1일치 임금이 별도 산정되는 주휴수당까지 더해지면 최저임금은 사실상 1만원이 넘었다는 분석입니다.
한 편의점 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근거리에 편의점들이 너무 많아 수익이 줄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최저임금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훨씬 늘게 됐다"며 "아르바이트 고용을 포기하고, 무리하면서라도 내 근무 시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편의점 심야할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편의점 심야할증제란 심야 시간(오전 1시~오전 6시)에 편의점 물건값에 3~5% 정도의 할증을 붙인 제도입니다. 최저임금으로 발생한 손실을 할증을 통해 메우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 공동대표는 "올해 전기 요금만 20만~30만원 정도가 더 소요되고, 내지 않던 배달 수수료까지 지불하는 등 추가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며 "여기에 인건비까지 매달 더 내야 하니, 점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야간에 점포를 운영한다 해도 이로 인한 수익이 야간 근로자를 돌리는 것보다 많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심야영업을 하는 다른 산업의 예를 들면 택시, 택배 등도 심야할증을 받고 있는데 편의점 업황만 제외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편의점업은 이들 산업보다 고정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가맹점 본사가 수익을 어느 정도 보전 및 보충해 주거나,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상당수 점주들이 빈사 상태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도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편의점 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심야할증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3~5%가량 물건값이 오르면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지게 된다"며 "같은 물건임에도 낮과 밤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격을 달리 지불하는 것을 곱게 볼 소비자들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울러 이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본사의 허가가 필요한데, 불매운동 등을 의식해야 하는 본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다"며 "심야할증제보다는 전면 자동화를 통한 무인점포 확대가 훨씬 현실성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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