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중국산 테슬라 모델Y의 출고가 임박하면서 하반기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보조금이 소진될 경우 하반기 출시될 전기차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모델Y 인도가 8~9월 시작됩니다. 이는 출시 당일인 지난달 14일 계약한 고객에 한한 것으로 이후 계약한 고객들은 출고까지 약 3~6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입니다.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모델Y RWD(후륜구동) 가격은 5699만원입니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이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출고가가 확 낮아졌습니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간 미국산 모델Y 사륜구동 롱레인지 가격은 7874만원으로 2000만원이상 저렴해졌습니다.
모델Y는 국고보조금 100% 지급 대상이지만 아직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습니다. 5700만원 미만 전기차에 적용되는 국고보조금은 최대 680만원(보조금 500만원+보급목표 이행보조금 140만원+충전인프라보조금 20만원+혁신기술보조금 20만원)입니다.
이중 모델Y는 보급목표이행보조금, 혁신기술보조금 등이 제외되고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것을 감안하면 500만원 초반대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4000만원 후반대에 구입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2020년까지 차등 없이 지원됐던 지자체 보조금도 2021년부터는 전기차 성능에 따라 산정된 국고보조금에 비례해 차등 지원되고 있습니다.
모델Y의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출시 당일에만 1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사전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도 사전계약은 줄을 잇고 있어 3만대는 훌쩍 넘었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입니다.
모델Y 출고가 본격화되면 지자체 보조금의 소진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다수 지자체가 차량 출고순으로 지급하고 있어 10일 내 출고가 가능한 차량만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보조금 접수 물량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이 출고돼도 보조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죠.
폭스바겐 ID.4.(사진=폭스바겐코리아)
예산이 소진된 지역에선 전기차 출고 가능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출고를 포기하고 내년에 다시 대기하거나 보조금 없이 차를 구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보조금이 소진되면 국고보조금만 받고 출고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는 상하반기 공고 대수를 정한 뒤 접수 상황을 보고 부족한 예산을 늘리는데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전기차가 출고될지 예측하긴 힘들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출고 시점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늘면서 업체 간 출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극심했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도 완화하면서 1년 이상 달했던 국산 전기차들의 출고 기간도 1~2개월로 대폭 줄었습니다.
모델Y와 경쟁하는 보조금 100% 지급 대상 전기차의 경우 출시 이후 보조금 대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는 16일 폭스바겐의 2023년형 ID.4 출고가 시작됩니다. 가격은 5690만원입니다.
KG모빌리티(003620)의 토레스 EVX도 다음달 출시됩니다. 4850만원부터 시작해 지자체별 보조금에 따라 3000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기아(000270) 역시 다음달 레이 EV를 내놓습니다.
올해 보조금이 동나면 내년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는 3월까지 판매는 사실상 중단됩니다. 이후 구형 모델로 분류되면 결국 재고로 쌓이게 되죠. 연말께 완성차 업체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 온라인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모델Y 계약했는데 출고일 잡히면 다른 계약 건은 취소하겠다", "모델Y, ID.4, 레이EV 보조금 삼파전이 예상된다", "모델Y 출시로 최대 피해자는 토레스 EVX다"라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출고 전쟁으로 전기차 보조금이 실제 어떤 회사로 또 어떤 자동차에 많이 몰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조금이 남는 지역과 조기 소진되는 지역을 통합해서 환경부 보조금을 늘리고 지자체 보조금을 줄이면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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